10대 마약공화국

진통패치, 살빼는 약의 진실…마약 알아야 피한다

마약이 뭔가요?

  • 마약류인 엑스터시(MDMA). 미국 마약단속국(DEA) 



    사람들이 흔히 부르는 '마약'은 사실 '마약류'로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른 법정 분류상 마약류가 마약을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마약류란 ①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중추신경의 작용을 과도하게 하거나 억제하는 물질 중 ②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이 있는 것으로서 ③ 관련 법령(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 등)에 따라 규제 대상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는 물질을 통칭합니다. 마약류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 3가지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마약은 엄밀히 말해 마약류의 한 종류입니다. 마약은 천연마약(양귀비, 아편, 코카 잎 등 3종)과 천연마약 식물에서 추출한 유기화합물인 알칼로이드(모르핀, 코데인, 헤로인, 코카인 등 35종), 마약 성분을 생약이 아닌 화학 재료로 제조한 합성마약(페티딘, 메타돈, 펜타닐 등 101종)으로 분류됩니다. 합성마약의 종류와 그 수는 시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합니다.

  • 필로폰(메트암페타민). 미국 마약단속국(DEA) 



    마취·환각 작용을 일으키고 중독성이 있으며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물질이란 의미에서 향정신성의약품도 마약류입니다. 다만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취·진통·각성·항우울제처럼 마약의 효능을 의료용으로 활용하려고 개발한 의약품이란 거죠. 의약품이면 먹어도 부작용이 덜하거나 괜찮지 않냐구요? 전혀 아닙니다.


    마약의 대명사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 대표적인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메스암페타민은 일본 도쿄대 의학부가 1888년 천식 치료제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물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 제약회사가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군인들의 전투 중 각성제로 대량 생산하면서 붙인 제품명이 영어로 필로폰, 일본 발음으로 히로뽕이었습니다. 이게 전후 일반인 사이에 불법 마약으로 퍼지자 일본은 1950년대, 한국도 1970년부터 제조·유통·사용을 금지한 약품입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류관리법령에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이 센 순서에 따라 의료용으로도 사용을 금지한 가목(LSD, 메스케치논, 크라톰 등 111종)부터 나목(암페타민, 메스암페타민, MDMA, 케타민 등 44종), 다목(바르비탈, 펜타조신 등 61종), 라목(디아제팜, 졸피뎀, 프로포폴 등 75종) 등으로 분류합니다.

    대마는 대마초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말합니다. 중국, 인도, 북부 아프리카, 중남미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재배돼왔습니다. 한국에선 '삼'으로 불리며 고대로부터 섬유용으로 재배됐는데, 흔히 알려진 삼베가 바로 대마 섬유입니다. 대마에 포함돼있는 THC 성분이 도취, 환각을 유발해서 문제가 됩니다.

  • 미국 비영리재단 '마약 없는 세상'이 만든 청소년 합성마약 예방 교육 동영상 중 '합성마약의 진실편' 장면. 재단 홈페이지. 



    아닙니다. 새로운 마약류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마약류와 동일하게 관리·통제되는 물질이 있습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5조의 2는 이런 물질을 '임시 마약류'로 지정합니다. 흔하게는 '신종 마약'이라고도 부릅니다.


    임시 마약류로는 현재 오피오이드(아편) 계열인 '1군 임시 마약류(4종)'와 암페타민·합성대마 계열인 '2군 임시 마약류(82종)'를 분류·지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임시 마약류로는 '알킬 니트리트(Alkyl nitrite, 일명 러쉬)'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강한 향을 지닌 노란 빛깔의 물약으로, 해외에서 밀반입돼 국내 유흥업소 등에서 여성흥분제나 환각제, 최음제 등으로 남용됩니다.

10대가 마약을 한다고?

  • 미국 1센트 동전(지름 19.05㎜)과 치사량의 펜타닐(2㎎) 비교. 미국 마약단속국(DEA) 



    절대 아닙니다. 청소년들도 이미 마약류에 노출돼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합성아편으로도 불리는 진통제 '펜타닐'입니다. 목·허리 통증 완화를 위한 펜타닐 패치류를 약국에서 판매합니다.


    경남경찰청은 지난해 5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A(19)씨를 구속하고, 10대 남녀 41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들은 부산·경남 지역 병원 및 약국 등에서 자신·타인의 명의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자신들이 투약하거나 판매했죠. 만17세 6명, 18세 12명, 19세 24명 등 모두 10대였고 대부분 고교 재학생들이어서 지역 사회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펜타닐은 아편·모르핀과 같은 계열의 강력한 합성마약입니다. 모르핀의 80배에 이르는 강한 진통 효과 때문에 의료용 마취·진통제로 개발됐고 패치(파스)류까지 나온 거죠. 순수 펜타닐을 투약할 경우 완전치사량이 2㎎에 불과하기 때문에 살상 목적의 독극물로도 쓰입니다.


    미국에서도 요즘 펜타닐이 가장 큰 골칫거립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펜타닐 오남용에 따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정도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펜타닐 남용 사망자는 7만1238명으로 전체 마약류 남용 사망자 가운데 압도적 1위였습니다. 2위인 필로폰(3만2856명), 3위인 코카인(2만4538명), 4위인 기타 합성아편 계열 처방약(1만3503명) 남용 사망자 수를 모두 합쳐도 펜타닐 남용 사망자 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 10대 청소년이 SNS에 올린 마약류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일명 나비약) 판매 광고물, 경남경찰청



    맞습니다. 비만억제제·각성제 중에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마약류가 있고, 이를 친구끼리 사고팔면 '마약사범'이 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향정의약품인 비만억제제를 불법 유통한 혐의로 10∼30대 59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들은 올해 3월 5일부터 4월 15일까지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 마약류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을 강원·경북 소재 병원에서 자기 또는 타인 명의로 처방받은 뒤 SNS를 통해 판매하거나 투약·구매·보관했습니다.


    나비약은 법률에서 정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엄연한 마약류입니다. 오·남용 땐 신체적·정신적 의존성과 내성을 일으켜 금단증상으로 경련, 혼수상태, 정신병적 행동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도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한때 서울 강남 수험생들 사이에 '각성제'로 유행한 ADHD(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 역시 향정의약품입니다. 이들은 의료용 마약류이기 때문에 불법으로 처방받는 것도,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것도, 투약하는 것도, 보관만 하는 것도 모두 처벌 대상입니다.


  •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전체 마약류 사범 가운데 19세 이하 미성년자는 총 450명으로, 그 비중은 2.8%였습니다. 10년 전(41명, 0.4%)에 비해 인원은 11배 늘었고, 비중은 7배 커졌습니다.


    최근 마약류 밀수·유통·구매 범죄가 익명성이 보장된 텔레그램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딥 웹(Deep Web·IP주소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특수 웹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웹. '다크 웹'으로도 불린다)'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10대와 20대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새로운 정보통신(IT) 기술에 가장 익숙한 10대, 20대를 중심으로 마약 확산이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10대 마약사범은 45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극소수 불량 학생들'만의 문제인 걸까요? 박성수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국 마약범죄의 평균 암수율(검거인원 대비 실제 발생범죄 수를 계산하는 배수)을 28.57배로 산정합니다. 이 암수율을 대입할 경우 마약에 노출된 10대의 실제 규모는 검거 사범 450명에 28.57을 곱한 1만 2857명가량으로 계산됩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10대 마약 1만명 시대를 지나고 있다는 겁니다.

마약류 범죄, 처벌과 치료는?


  • 그렇습니다. 대마 등 마약류를 단순 소지하거나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관리·투약 및 불법 처방을 받은 경우라도 마약류관리법 6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약류 범죄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 '형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 등의 법률에 구체적인 처벌 조항들이 있습니다. 


    우선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3조에는 마약의 원료가 되는 식물을 재배하거나,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등을 소지, 소유, 관리, 수출입, 제조, 매매, 매매의 알선, 수수, 운반, 사용, 투약, 섭취, 흡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엄중한 마약류의 제조·수출입 범죄를 저지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마약류의 원료·종자·종묘·물질을 소지·관리하거나 매매한 경우 1년 이상 징역형, 필로폰 등 상대적으로 중한 마약류의 소지·투약·매매 사범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입니다.


    특가법상 마약사범 등의 가중처벌 요건(마약류의 소지·소유·재배·사용·수출입·제조 가액이 5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징역형의 하한선이 '10년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별도로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에 따라 마약류 물품을 수입하거나, 불법수익을 수수·은닉하는 사람은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을 받습니다. 형법은 아편 등을 제조하는 사람을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는 규정을 별도로 뒀습니다. 환각 물질을 섭취·흡입·소지·판매·제공하는 사람은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 장재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재단법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류관리법상 마약 예방 교육과 중독자 사회복귀 지원 사업을 맡은 법정 기관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마약류중독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마약류 중독자에게 상담과 재활 지원 활동을 지원합니다. 자발적인 입소 거주자를 중심으로 한 '치료 공동체' 사업도 이뤄집니다. 어느 곳에 있는 사람이든 전국상담 대표전화 1899-0893에 연락하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대통령령인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 등에 따라 전국에 21곳의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 병원들은 마약류 중독자에게 최대 1년까지 무상 치료(입원치료 및 외래진료)가 제공합니다. 각 지정병원은 지자체에 치료비를 청구하고, 지자체는 이를 보건복지부와 반반씩 부담해 병원에 지급합니다. 치료를 필요로 하는 마약류 중독자가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만큼은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입니다. 민간단체인 한국다르크(DARC) 협회도 경기도 남양주시에 마약·약물중독재활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전국 21곳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 가운데 지난해 1명 이상 입원이나 외래(통원) 중독환자를 받은 곳은 8곳뿐입니다.


    이 중 실제 100명 이상의 마약 중독 환자를 받은 실적이 있는 곳은 인천의 참사랑병원, 경남의 국립부곡병원 두 곳입니다. 지난해 참사랑병원은 입원환자 1명을 포함해 164명, 국립부곡병원은 입원환자 87명을 포함해 107명의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했습니다.


    서울의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서울특별시립은평병원, 대전의 참다남병원, 대구의 대구의료원, 부산의 부산광역시의료원, 경기의 계요병원 등도 한 해 동안 1~2명에게 재활치료를 제공했습니다. 대부분 마약 치료 전문 의료진과 시설 부족이 이유였습니다.


    인천광역시의료원, 마더스병원, 광주시립정신병원,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용인정신병원, 청주의료원, 국립공주병원, 포항의료원, 양산병원, 원광대학교병원, 국립나주병원, 연강병원 등 나머지 지정병원은 지난해 마약류 중독자 치료 실적이 없었던 만큼, 방문 전 실제 진료 여부를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한국에서 마약은 금기어로 치부됩니다. 이런 폐쇄적 문화 탓에 마약류에 중독된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 사실이 가족 밖으로 알려지는 게 가장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는 병원에 데려가는 것조차 꺼려, 집에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는 부모가 많다고 합니다.


    국내 마약류 중독자 치료 부문의 권위자 중 한 사람인 천영훈 인천 참사랑병원장은 "부모들이 자기 자녀의 마약 문제를 알게 됐을 땐 절대로 가정 안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병원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맹장이 터졌을 때 '낫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꾹 참는다고 병이 사라지는 게 아니듯, 마약류 중독 역시 질병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즉각 치료를 받아야만 완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천 원장은 "미성년 중독자의 경우, 그 부모가 자녀 장래를 걱정해서 쉬쉬하고 스스로 해결하려다가 문제가 곪아 터진 뒤에야 병원에 데리고 오는 일이 많다"며 "이 때문에 미성년 중독자의 치료 경험률이 상당히 떨어지는 게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는 "정신과에서 마약류 중독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내 자녀의 비밀은 100%, 1000% 보장된다"며 병원 치료를 절대 머뭇거리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