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지만 물어볼 데 없는 양육 노하우

유튜브? OTT? 우리 아이 영상 고르는 방법

  • “어릴 때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면 산만해지나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가 생길 수도 있고요?”


    이런 걱정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국내외 소아청소년과·소아정신과 협회는 어린 아이의 미디어 사용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 장시간 미디어에 노출될 경우 부모와의 질 높은 상호작용 시간을 줄이고, 뇌 발달을 저해한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하지만 엄격한 미디어 통제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분야 권위자인 소니아 리빙스턴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는 “스크린 타임에 집착하면 어린이가 디지털 환경에서 학습·놀이·생존할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실제 디지털 미디어를 올바르게 활용하면 집중력과 학습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요. 최근 몇 년 새 팬데믹의 영향으로 디지털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런 주장은 힘을 얻는 추세입니다. 


    그렇다고 디지털 미디어에 아이들을 무작정 노출해선 안됩니다. 순기능을 역설하는 쪽에서도 “무분별하게 접근하느니 접하지 않는 게 낫다”고 하니까요. “책을 고르고 읽을 때 시간과 에너지를 쓰듯 디지털 미디어 역시 그래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디어에 노출해야 할까요? hello! Parents(헬로! 페어런츠)가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KATOM)와 함께 미디어 노출에 대한 가이드를 제안합니다. KATOM는 “모든 걸 미디어 탓으로 돌려선 안된다”며 “사용 원칙부터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미디어 리터러시 가이드는 총 3회로 스크린(동영상)으로 시작해 스마트폰, 게임으로 이어집니다. 

    < 도움 및 감수 >

    · 김광희 경기 서촌초 교사(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운영위원)

    · 박유신 서울 석관초 교사(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회장)  

    · 이우영 안산 양지초 교사(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운영위원) 

  • 소아정신과에서는 생후 36개월까진 뇌가 급변하는 시기로 봅니다. 이때는 양육자와의 대면 의사소통과 도구를 이용한 놀이를 하면서 뇌 발달이 이뤄지죠. 화면 전환이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뇌 발달에 방해가 된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도 못하기도 하고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후 12개월까지는 어떤 스크린에도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는 18개월까지 영상 통화 정도는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고요. 24개월 무렵엔 양육자와 함께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시청해도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KATOM 측은 “연령으로 영상 시청 기준을 나누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세계적 추세”라면서도 “발달 특성상 18개월 미만의 유아에게는 스크린을 제한하는 게 좋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다만 18개월 이후부턴 스크린 타임 자체 보다는 미디어를 어떻게 교육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4개월 이하의 아이를 스크린에 노출할 땐 다음과 같은 원칙을 염두에 두세요. 

    ①영상은 가급적 보여주지 마세요. 

    영상 대신 사운드북이나 세이펜 등의 도구를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②부득이한 상황에선 목적을 설명한 뒤 짧게 보여줍니다. 

    아이가 어려 설명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 단정 짓지 마세요. 다만 아이의 짜증을 멈추기 위해 습관적으로 영상을 보여주는 건 금물입니다. 


    ③화상 통화를 할 땐 현실과 화면이 다르다는 걸 인지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속 아빠는 지금 우리 옆에 있는 게 아니야. 출장 때문에 지방에 계신데, 영상 통화로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라는 식으로 말해주는 겁니다. 

  • 양육자의 판단에 따라 교육 목적으로 영상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 노출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양육자가 많은데요, 노출 시간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게 KATOM 측 의견입니다. 영상을 교육적 도구로 활용할 땐 스크린 타임에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네요. 


    다만 양질의 교육 영상이라도 단순히 보는 데서 그치지 마세요. 영상 내용을 토대로 양육자와 아이가 상호작용하면서 또 다른 활동으로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영상에 자동차가 나왔다면 자동차를 주제로 한 책을 읽어주세요. 자동차 장난감을 갖고 놀이를 하다가 자동차 전시장을 방문해보기도 하고요. 


    취학 여부에 상관 없이 영상 시청에 대한 지침은 큰 틀에서 동일합니다. 다만 의사소통에 능숙해지는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면 미디어 시청 원칙을 세우고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하세요. 스스로 보고 싶은 영상을 선택한 뒤 콘텐트를 비판적 시각으로 보게 하는 겁니다. ‘이 콘텐트는 누가 만들었을까?’ ‘왜 만들었다고 생각해?’라고 질문하는 식인데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봐야 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판단하는 눈이 길러집니다. 


    이 연령대의 아이에게 스크린을 보여준다면 아래와 같은 원칙을 갖고 노출하세요. 

    ①함께 봅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함께 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처음엔 같이 시청하다가 나중엔 점검만 해도 됩니다. 유튜브나 스마트폰 설정을 통해 시청 기록도 확인하세요. 


    ②관련 내용을 질문합니다.

    “어떤 내용이야?” “누가 나와?” “무슨 일이 벌어졌어?” 등 영상 속 인물과 사건에 대해 물어보세요. 


    ③영상 내용을 일상과 연관 짓습니다. 

    아이가 놀이나 책 등으로 배운 내용을 영상으로 확인시켜주는 겁니다. 영상으로 새롭게 접한 내용은 놀이나 책으로 확장하고요. 영상에 나온 장면을 구현해볼 수도 있겠죠. 실제로 그 공간을 방문하는 등의 방법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