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모든 것

“절대 월클 아니다” 아빠만 모르는 손흥민 비밀

월드클래스


  • 부친 손웅정씨는 2018년 “흥민이는 절대 ‘월드클래스(World Class·세계적인 선수) ’가 아닙니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버지 눈에 아들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꼈거나, 행여 자만할까봐 겸손을 강조한거겠죠. 


    하지만 아버지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손흥민이 월클인가 아닌가’ 논쟁은 종결됐습니다. 리버풀 공격수 출신 마이클 오언,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 맨유 수비수 출신 게리 네빌 등 수많은 축구 레전드들이 “손흥민은 분명한 월드클래스”라고 인정했거든요.


    토트넘 손흥민은 당대 최고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올 시즌 20골을 터트렸습니다. “전성기 호날두를 떠올리게 한다”(맨유 출신 리차드슨), “상대팀에 악몽 같은 선수”(맨유 출신 퍼디낸드) 같은 극찬이 쏟아졌고, 미국 CNN 등 각국 외신들이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발표한 EPL 선수별 파워랭킹에서 381명 중 전체 1위가 바로 손흥민입니다. 



  • 손흥민은 올 시즌 20골로 EPL 득점 2위에 올라있습니다. 득점 선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22골)를 2골 차로 추격 중이죠.


    EPL 최다골에게 주어지는 ‘골든 부츠’는 티에리 앙리(프랑스), 앨런 시어러(잉글랜드), 디디에 드록바(코트디부아르)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수상했습니다. 아시아인에게 꿈 같은 상이었죠.


    그런데 손흥민은 아시아인 최초로 EPL 득점왕이자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득점왕을 노리고 있습니다. 


  • 리버풀 살라는 11일 애스턴 빌라전에서 또 침묵했습니다. 4경기 연속 무득점입니다. 이집트 출신 ‘골 넣는 파라오’ 살라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다녀온 뒤 주춤합니다.

     

    흐름은 손흥민의 편입니다. 살라는 2경기, 손흥민은 3경기가 남았습니다. 몰아치기에 능한 손흥민이 막판에 역전을 노려볼 만 합니다. 손흥민은 최근 7경기에서 멀티골을 3차례(해트트릭 포함)나 기록했습니다.


    살라는 22골 중 페널티킥으로 5골(22%)을 넣었습니다. 반면 손흥민은 페널티킥 없이 순수하게 필드골로만 20골을 터트렸습니다.


    토트넘과 리버풀의 페널티킥 전담 키커는 각각 해리 케인과 살라인데요. 둘 중 하나를 기원해야겠어요. 살라가 페널티킥을 얻지 못하거나, 케인이 손흥민에게 페널티킥을 양보해주거나.

  • EPL 4위에는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집니다. 3경기를 남겨둔 5위 토트넘(승점62)은 4위 아스널에 승점 4점 뒤져있어 자력 4위가 불가능합니다. 통계업체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토트넘의 챔스리그 진출 가능성은 24%로 아스널(77%)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토트넘은 13일 홈에서 아스널과 맞대결을 남겨 뒀다는 겁니다. 이 경기를 이긴다면 승점 1점 차로 바짝 추격해 역전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진다면 4위 경쟁은 끝납니다.  


    아스널은 손흥민을 막기 위해 일본인 도미야스 다케히로를 오른쪽 수비수로 내세울 전망입니다. 지난 6라운드 도미야스와 맞대결에서 손흥민은 한골을 넣었지만 1-3 패배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손흥민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기 위해 ‘미니 한일전’을 꼭 이겨야 합니다. 손흥민은 지난해 1월 27m짜리 오른발 감아차기 원더골을 포함해 아스널을 상대로 통산 4골을 기록 중입니다.

왜 ‘크레이지 모드’인가

  • “쏘니, 좋아하는 발이 오른발이야, 왼발이야?”


    손흥민이 지난 1일 레스터시티전에서 왼발로 ‘어메이징 골’을 터트리자 토트넘의 콘테 감독이 포옹하며 건넨 귓속말입니다.


    그럴만도 한 게 오른발잡이 손흥민이 올 시즌 20골 중 무려 12골을 왼발로 뽑아냈기 때문이죠. EPL 통산 득점 90골 중 왼발로 무려 38골을 넣었는데, 비율이 42%에 달합니다.

     

    함부르크에서 함께 뛰었던 판데르 파르트는 “손흥민은 자신도 오른발잡이인지 왼발잡이인지 모를 것”이라고 웃으며 말한 적이 있습니다. 유럽 매체 트랜퍼마르크트는 손흥민의 ‘주발’을 both(양발)라고 표기했고, 디 애슬레틱은 ‘EPL 최고의 양발의 샤프슈터(best two-footed sharpshooter)’라고 묘사했습니다.


  • 최근 강원도 춘천에서 만난 손흥윤 SON축구아카데미 코치에게 친동생 손흥민 왼발의 비결을 물어봤습니다. 손흥윤 코치는 “초등학교 3학년인 흥민이랑 3~4시간 동안 리프팅(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차올리는 것) 2만2000개를 했다. 공의 실밥이 보일 정도로 직각으로 차야 했다. 나중에는 평평한 땅조차 울퉁불퉁하게 보였다”는 일화를 들려줬습니다.  


    아버지 손웅정씨의 지도 하에 손흥민은 어릴적부터 양말을 신을 때도, 바지를 입을 때도, 계단을 디딜 때도 왼발부터 시작했습니다. 손웅정씨는 작은 트럭을 사서 장비를 매단 뒤 맨땅 운동장을 평평하게 갈아 기본기 훈련을 시켰습니다. 워낙 혹독하게 가르쳐 지나가던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항의한 적도 있다고 하네요.  

     

    손흥민은 2011년에는 춘천에서 5주간 매일 오른발 500개, 왼발 500개씩 슈팅을 때리는 지옥훈련을 했습니다. 손흥민은 “초콜릿과 바나나를 입에 욱여 넣어 떨어진 당을 채웠다. 옛날에 봤던 ‘공포의 외인구단’ 장면이 떠올랐다”고 고백할 정도였죠. 이 정도면 왼발을 잘 쓸 수밖에 없겠죠?


  • 35.3㎞.  


    손흥민이 지난 2월 맨시티전에서 기록한 순간 최고 스피드입니다. 제한속도가 30㎞ 이하인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을 달린다면 벌금을 내야 할만한 빠르기죠. 

     

    손흥민은 ‘치달(치고 달리기)의 달인’입니다. 2019년 12월 번리전에서 79m 드리블 골을 터트린 당시 순간 최고속도는 33.64㎞였습니다. 호날두(맨유, 33.6㎞)와 메시(32.5㎞)의 전성기 시절인 2015년 당시 기록보다 빠릅니다.


    물론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 36㎞)보다는 느립니다. 육상 우사인 볼트가 2009년 100m 세계기록(9초58)을 수립할 당시 순간 최고 시속은 44.6㎞였습니다.  


    스피드는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합니다. 손흥민은 롤모델 호날두를 보며 순발력을 끌어올리고 뒷공간을 침투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습니다. 최근 축구 트렌드는 스피드와 스프린트(단거리 전력질주)까 중시되는데요, 손흥민은 여기에 최적화된 선수입니다.

     

    리버풀의 클롭 감독과 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는데요. 손흥민은 이들을 상대로 각각 9골, 7골을 터트린 ‘명장 킬러’입니다. 



  • 손흥민은 2020년 5월 해병대 기초군사훈련을 157명 중 1등으로 수료했습니다. 사격 훈련에서 10발 중 10발을 과녁에 명중 시켰습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도 ‘명사수’입니다. 유럽 스쿼카는 최근 2시즌간 유럽 5대리그 선수 152명의 ‘득점 전환율’을 발표했습니다. 득점 전환율이란 한 선수의 전체 슈팅 수 대비 골 비율입니다.

     

    손흥민은 총 140차례 슈팅을 쏴서 35골을 터트려 득점 전환율 25%를 기록했습니다. 슈팅 4개 때리면 1골을 넣은 셈입니다.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드(25.8%)와 함께 유이하게 득점 전환율 25%를 기록했습니다.


    손흥민이 유럽에서 가장 치명적인 스트라이커임을 통계가 증명한 겁니다. 페널티 박스 밖에서 홀란드는 단 2골에 그쳤지만, 손흥민은 홀란드의 3배인 6골을 터트렸습니다. EPL 득점왕 경쟁 중인 살라는 페널티킥을 빼면 242개 슈팅을 쏴 득점 전환율이 13.7%에 불과합니다.  



흙수저→주급 3억원 ‘영앤리치’


  • 프로축구 선수였던 부친 손웅정씨는 28세의 나이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은퇴했습니다. 손웅정씨는 에세이를 통해 “막노동, 헬스 트레이너,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 시설관리 등 투잡, 스리잡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손흥민은 어릴적 ‘흙수저’였습니다. 손흥민도 “갓난아이였을 때 컨테이너에 산 적도 있다고 했다. 축구를 시작했을 때 아버지가 120만원을 주고 중고 소형차를 사 오셨다. 비가 오면 창문 틈으로 비가 줄줄 샐 정도로 낡은 녀석이었다. 주위에서 아버지가 똥차를 몰고 다닌다며 손가락질을 했다는데, 아버지에게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다”고 자서전을 통해 고백했습니다. 그 차는 프라이드였고, 손잡이를 돌려 창문을 내리는 구식이었습니다.


    만 16세에 독일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한 손흥민은 한국 식당에 갈 돈이 없었습니다. 손흥민은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사진을 검색해 구경했다. 아버지가 없는 돈을 전부 끌어다 독일로 넘어와 한국에서 가져온 밥솥으로 쌀밥을 지어주셨다”고 지난날을 회상했습니다.


    가난도 손흥민의 축구를 향한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 손흥민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 데뷔한 2010년 당시 몸값은 15만 유로(약 2억원)였습니다. 2013년 독일 레버쿠젠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이적료 180억원을 기록했죠. 2015년 이적료 400억원에 토트넘과 계약했습니다. 


    손흥민은 몸값이 가파르게 치솟았습니다. 2018~1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행을 이끌면서 이적시장 가치 1000~1200억원까지 찍었습니다. 현재 이적시장 가치는 8000만 유로(1076억원)로 전 세계 19위입니다.


    손흥민의 현재 주급을 14만 파운드(2억2000만원)에서 20만 파운드(3억1500만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1000만 파운드(약 158억원) 정도 입니다.


    EPL 팀들은 매달 주급을 모아 한번에 월급 형태로 지급합니다. 세금은 약 40%를 뗍니다. 손흥민은 매달(5주 기준) 순수하게 월급 6억6000만원을 받습니다. 여기에 유럽팀들은 선수 개개인별로 승리수당과 출전수당도 줍니다. 손흥민처럼 톱클래스 선수의 경우 1년에 약 10억원 이상 챙길 수 있습니다.



  • 손흥민은 광고 모델로도 주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올해 맥주(타이거), 가방(TUMI) 모델로 활동 중입니다. 


    앞서 햄버거(롯데리아), 면도기(질레트), 시계(태그호이어), 통신사(SK텔레콤), 은행(하나금융그룹), 아이스크림(슈퍼콘), 소염진통제(안티푸라민), 자동차(볼보), 라면(신라면), 보험회사(AIA), 축구게임(FIFA22) 등의 모델로도 나섰습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스타 브랜드 평판에서 손흥민은 가수 BTS, 임영웅, 빅뱅에 이어 4위에 올랐습니다. 광고계 관계자에 따르면 손흥민의 광고모델료는 10억원으로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흥민이 광고계를 평정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 월드클래스 축구 실력’ 입니다.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 글로벌은 카타르월드컵 공인구 모델로 메시와 함께 손흥민을 내세웠죠. 


    무협만화 같은 성장 스토리도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그의 깔끔한 패션은 남성 소비자들의 로망입니다. ‘공항 패션’도 화제인데 손흥민이 착용한 스위스 브랜드 파텍 필립 시계는 3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생활로 구설에 오른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 ‘영앤리치’ 손흥민은 자동차 수집광입니다. 국내외에 5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가격을 모두 합치면 23억원이 넘습니다.


    수퍼카 중 가장 비싼 차는 페라리의 라페라리입니다. 가격은 17억원. 전 세계 499대만 한정 생산됐는데 그중 손흥민이 한 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인승이고 최고속도는 365㎞에 달합니다.  


    4억원짜리 페라리 458 이탈리아, 2억4000만원짜리 벤틀리 콘티넨탈GT도 보유했죠. 이밖에 레인지로버 이보크, 마세라티 르반떼 등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은 2012년에 면허를 딴 뒤 이듬해 현대자동차로부터 지원 받은 베라크루즈를 타고 다녔습니다.


    손흥민은 붉은색이 아닌 검은색 차량을 탑니다. 북런던을 연고로 둔 라이벌 아스널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피한 거죠.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하면서 “구단 관계자가 빨간색 자동차를 타는 건 절대 안 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습니다.

     

손세이셔널


  • ‘국민 사위’  손흥민이 결혼을 언제쯤 할지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손흥민은 2014년 걸그룹 걸스데이 민아, 2015년 애프터스쿨 출신 유소영과 데이트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당시 한 언론사가 사생활을 찍은 사진 공개 여부를 놓고 모종의 제안을 했고, 손웅정씨는 “내 아들이 범죄라도 저질렀는가”라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에는 걸그룹 블랙핑크 지수 소속사가 손흥민과 열애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는 일도 있었죠. 현재 여자친구가 있는지는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손흥민은 2019년 자신의 결혼관을 밝혔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은퇴 전까지 결혼은 안된다고 하셨고 나도 동의한다. 결혼하면 우선 순위는 가족이 될 것이다. 난 축구하는 동안 축구가 항상 우선 순위였으면 한다”며 “언제까지 최고 수준에서 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33살이나 34살에 은퇴하게 되면 그 때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6년쯤 아니면 그 이후에야 손흥민이 품절남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박지성도 2014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김민지 전 아나운서와 결혼해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 손흥민은 차범근의 골 기록을 모조리 깨고 있습니다. 아시아인 유럽 무대 최다골(121골), 유럽 리그 최다골(98골)에 이어 유럽리그 단일 시즌 최다골(17골)까지 경신했죠. 

     

    국내 축구 팬의 오랜 논쟁 중 하나가 ‘손흥민·차범근(69)·박지성(41) 중 누가 가장 뛰어난 선수인가’ 하는 것입니다.  


    손흥민은 “100골을 넣든, 200골을 넣든, 차범근 감독님과 (박)지성이 형의 업적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박지성은 지난해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직은 차범근 감독님이 1위라고 생각한다. 2위는 손흥민”이라고 말했죠. 차범근은 “집사람이 ‘차범근과 박지성, 둘을 합해도 손흥민 반도 못 따라간다’고 한다. 흥민이가 이룬 업적을 보면 단연 1위다. 그 다음은 지성이다. 월드컵 4강의 업적은 아무도 못 따라간다”고 했습니다. 축구 레전드 셋 모두 서로가 서로를 인정했죠.  


    손흥민은 아직 선수 생활이 많이 남아 있는 진행형 레전드입니다. 손흥민의 발 끝에서 손·차·박의 논쟁 종지부를 찍을 수 있습니다. 


    손세이셔널(Sonsational). 손(Son)과 센세이셔널(Sensational, 선풍적인)을 합한 손흥민의 별명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는 지금 ‘손세이셔널’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