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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의 소리] '위안부'할머니들의 희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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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새해 새 대통령을 맞으며 우리는 뭔가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에 차 있다. 정치의 개혁은 물론이고 교육계도 여성계도 경제계도 나름대로 희망을 그리는 중이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정책기조는 '원칙과 기본이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안부'할머니들은 이제는 참으로 당신들이 당했던 참혹한 인권침해에 대해 원칙과 기본이 서는 외교정책이 일본 정부를 향해 마련되리라 희망하는 것이다.

1990년 정대협이 결성되고 김학순 할머니가 첫 증언을 시작하자 일본 정부는 극구 '위안부'제도는 민간업자의 일이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다가 92년 일본 방위청 자료부에서 일본군이 제도적.조직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했다는 자료가 나오자 하는 수 없이 군의 관여를 자백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배상은 이미 65년 한.일조약에서 해결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인권위원회나 세계노동기구의 결의들을 통해서 이 주장은 국제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음이 밝혀졌다.

그러자 95년 일본 정부는 소위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라는 것을 만들어 일본 정부의 예산과 일본 국민의 모금으로 위로금을 지급해 해결하는 방안을 세웠다.

그러나 '원칙대로, 기본대로' 일본 정부가 '위안부'를 비롯한 강제연행 피해자들에 대해 공식사과와 국가배상을 하도록 주장하며 할머니들은 이 '국민기금'의 유혹을 물리쳤고 국민의 정부는 이런 할머니들에게 그 금액에 해당되는 금액을 지불해 부당한 위로금을 받지 않도록 했던 것이다.

최근 정대협 진상규명위원장인 정진성 교수팀이 미 연방정부 기록보존부에서 22명의 '위안부'강제동원의 증거서류를 찾아냈다. 여기에는 2000년 도쿄(東京)에서 열렸던 국제여성전범법정에 참가했던 북한의 박영심 할머니에 관한 미군의 조사자료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을 부인해 왔으나 이로써 '할머니들'의 강제동원 증거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도 위안소를 운영해 왔다는 문서가 발견되었다.

일본 탄광 등지에 강제 연행되었던 한국인 남성과 중국인 남성들의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해서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필요한 숫자를 써보내면 경찰이나 관계기관에서 필요한 만큼 '위안부'들을 공급해 주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이 기업 '위안부'의 수는 1만명에서 3만명으로 추산되는데 대부분은 한국여성들이라고 한다.

진상조사팀은 게속해 미 연방기록보존부에서 자료를 발굴할 계획이니 앞으로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가 더욱 드러나게 될 것이다.

벌써 11년째 영하 10도의 강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요일마다 고령의 '위안부'할머니들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강제 동원의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슴 속의 응어리를 풀지 못한 채 눈을 감은 할머니들도 적지 않다.

새 정부는 이러한 명명백백한 증거자료를 놓고 원칙과 기본이 서 있는 주권국가로서 일본 정부에 제 국민의 인권침해 사실에 대한 배상을 요구해야만 한다. 고령의 '위안부'할머니들에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김윤옥 한국정신대문제대책協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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