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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스 크리퍼스〉 여름 시즌의 대미를 장식!

중앙일보

입력

해마다 5월 하반기 전몰장병 기념일 연휴를 기점으로 시작하는 북미 흥행가의 여름시즌은 9월 초 노동절 연휴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게 되는데, 올해는 저예산 공포 영화가 여름시즌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9월 1일부터 월요일인 9월 3일까지 이어진 4일간의 노동절 연휴 북미 극장가에서, 10대용 슬래셔 무비 〈지퍼스 크리퍼스(Jeepers Creepers)〉는 늦더위를 피해 오랜만에 복고풍 공포영화를 즐기러 온 관객들의 호응으로 1,583만불의 수입을 올려 1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노동절 연휴에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흥행수입이다(종전기록은 96년작 〈크로우 2: 천사의 도시〉의 980만불).

지난 주말까지 3주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던 〈아메리칸 파이 2(American Pie 2)〉는 1,101만불의 수입을 기록하며 이번 주말에는 두 계단 내려온 3위에 랭크되었고, 폭발적 흥행력을 과시하고 있는 성룡-크리스 터커 콤비의 〈러쉬 아워 2(Rush Hour 2)〉는 개봉 5주 째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1,171만불의 높은 수입을 벌어들이며 2위 자리를 지켰다. 개봉후 32일동안 무려 1억 9,889만불의 총수입을 기록하고 있는 〈러쉬 아워 2〉는 2억불 돌파의 초읽기에 돌입한 상태다.

〈지퍼스 크리퍼스〉와 함께 이번 주말 개봉한 화제작 〈오(O)〉는 692만불의 수입으로 7위에 오르는데 그쳤으나, 이 영화의 개봉관수가 이번 주말 10위권 영화중 가장 작은 1,434개에 불과하고, 다른 영화들이 모두 연휴 4일간의 흥행수입인데 반하여 이 영화는 토요일 개봉한 탓에 3일간의 성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흥행성적이다.

이번 주말 4위와 5위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디 아더즈(The Others)〉와 〈사랑과 영혼〉의 제리 주커 감독이 만든 올드풍 코메디물 〈랫 레이스(Rat Race)〉가 각각 1,016만불과 915만불의 수입을 올리며 차지하였다.

지난 주말 첫선을 보였던 케빈 스미스 감독의 '뉴저지 연작' 종결편 〈제이와 사일런트 밥의 역습(Jay and Silent Bob Strike Back)〉은 불과 652만불의 수입에 그쳐 개봉 2주만에 8위로 추락하였다.

이번 주말동안 흥행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9,390만불이었는데, 이는 종전기록인 99년의 8,880만불을 넘어서는 역대 노동절 연휴 최고 흥행성적일 뿐 아니라, 〈브링 잇 온〉과 〈더 셀〉이 각각 1,417만불과 893만불의 수입을 올리며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작년의 같은 기간(7,604만불)과 비교할 때 무려 23.5%나 상승한 성적이다.

이번 연휴 1위로 개봉한 〈지퍼스 크리퍼스(Jeepers Creepers)〉는 올 여름 시즌 구경하기 힘들었던 장르인 10대용 슬래셔 호러물이다.

캐스팅 역시 장르에 걸맞게, TV 출신의 지나 필립스와 〈갤럭시 퀘스트〉에 출연한 것이 영화 커리어의 전부인 저스틴 롱, 이 두 무명신인만으로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연출과 각본은 〈파우더〉의 빅터 살바가 담당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소유하고 있는 아메리칸 조트로프 사가 1,000만불을 들여 제작한(코폴라는 이 영화의 제작 총지휘를 담당했다) 이 영화의 북미판권을 불과 250만불에 사들여 배급한 MGM/UA 사는 이번 영화의 1위 개봉으로 인해 단숨에 순이익을 올리게 되었을 뿐 아니라, 동시에 〈한니발〉, 〈하트브레이커스〉, 〈리걸리 블론드(Legally Blonde)〉에 이어 올해 들어 4편을 1위로 개봉시키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MGM의 배급대표인 로버트 레빈은 "훌륭한 복고풍 괴물 영화."라고 영화를 평하면서 "이번 개봉성적은 이 장르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서, 점차 관객층도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그에 따르면 관객층은 주로 21세 미만이었으며, 남성관객과 여성관객의 비는 반반이었다고.

봄방학을 맞아 집으로 향하는 시골길에서 트리쉬(지나 필립스)와 남동생 대리(저스틴 롱)는 자신들의 모교에서 20년 전 사라져서 신체의 일부만이 발견되었던 10대 커플에 대한 괴담을 기억해 내고 스산한 분위기를 느낀다. 잠시 후 지나가던 길가에 있는 오래된 교회주위에서 검은 복장을 한 누군가가 사람몸처럼 보이는 포장된 물체를 파이프에 집어넣는 것을 발견한 이들은 깜짝 놀라는데, 검은 복장 역시 트리쉬 일행을 발견하고 무시무시한 밴을 몰고 이들을 추적하다가 사라진다. 혹시 자신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른다고 판단한 대릴은 트리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파이프가 있던 교회로 돌아가고, 그의 다리를 붙잡고 있던 트리쉬를 뒤로 한채 파이프 속으로 미끌어져 어둠속에 떨어진다. 그 속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소년을 목격한 대릴은 탈출할 구멍을 찾아 헤매는데, 절단되어 뿌려진 수많은 사체들을 발견한다. 간신히 탈출하여 트리쉬와 함께 한 농가에 도착한 대릴. 하지만 그 검은 복장의 '크리퍼'는 그들의 자동차에 붙어서 같이 오게 되고, 이제 농가와 식당, 경찰서를 배경으로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하룻밤의 공포극이 시작된다. 과연 '크리퍼'가 원하는 것은?

연쇄살인마를 등장시키는 다른 10대용 공포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지퍼스 크리퍼스〉 역시 평론가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감수해야 했다. 다만 영화초반에는 그런대로 볼만했다는 평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같은 평을 나타낸 이들로서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은 "영화의 초반 30분은 매우 무서웠지만 나머지는 곧바로 싸구려 호러물로 추락해 버렸다."고 초반은 그나마 양호했다는 반응을 나타내었고, USA 투데이의 마이크 클라크 역시 유사하게 "이 영화는 극장용 영화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초반 40분은 볼 만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 평론가들은 무자비한 혹평을 퍼부었는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오웬 글라이버맨은 "아직까지 이와 같이 과장된 슬래셔 만화극이 있다니!"라고 고개를 저었고, 보스톤 글로버의 로렌 킹은 "최근의 공포영화인 〈세션 9(Session 9)〉이나 〈디 아더즈(The Others)〉와는 달리, 〈지퍼스 크리퍼스〉에는 야심적인 면이나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불평을 터뜨렸다.

이번 주말 7위로 개봉한 〈오(O)〉는 세기의 문호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걸작 '오델로(Othello)'를 인종문제가 팽배한 현대 미국의 사립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옮겨온 화제작이다.

일찍이 99년 초 제작이 완성하였으나 그해 4월 컬럼바인 고교에서 발생했던 비극적 총기난사사건을 연상시키는 엔딩으로 인하여 개봉까지 2년이나 기다려야 했던 비운의 작품인 〈오〉는, 영화 제작후 디즈니 이미지의 추락과 각종 논란을 두려워해 북미 배급을 포기한 디즈니 산하 미라맥스 사로부터 캐나다 영화사인 라이온스 게이트 사가 배급권을 사들이고 나서야 마침내 개봉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흡족할 만한 흥행성적을 기록한 데 대하여 라이온스 게이트 사의 대표인 톰 오텐버그는 "우리는 이 영화의 오프닝 성적에 매우 기뻐하고 있다." 면서 "놀라운 소재로부터 나온 정말 훌륭한 스릴러물."이라고 자평했다.

뛰어난 농구 실력으로 백인들만이 다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명문 사립고교 팔메토 그로브 아카데미의 유일한 흑인 학생이 된 오딘 제임스는 자신이 속한 농구팀을 주대항전 우승팀으로 이끔으로서 NBA 스카우터들의 러브 콜을 받는 고교 최고의 슈퍼스타이다. 학교내의 많은 팬들에 둘러싸여 즐거움을 만끽하는 오딘은 교장의 딸인 데시 브레이블와 열애함으로써 그야말로 무엇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처지이다. 한편, 같은 농구팀의 플레이어로서 팀 코치의 아들이기도한 휴고 골딩은 오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지만, 오딘이 받는 주위의 기대와 다른 학교로부터의 러브 콜들, 그리고 오딘의 능력에 강한 질투심을 느낀다. 마침내 휴고는 "나야말로 이 팀의 MVP."라고 되뇌이며 오딘을 파멸시킬 사악한 계획을 세우면서, 비극의 장은 서서히 막을 올린다. 데시가 다른 팀 선수와 사귄다라는 말로 자신을 혼란에 빠뜨리기 시작하는 휴고의 계략에 결국 오딘은 살해 및 자살이라는 극단적 파멸의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이 제작비 400만불의 저예산 영화에는, 〈아직도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로 국내에 소개된 메키 파이퍼와 〈세이브 더 래스트 댄스(Save the Last Dance)〉의 줄리아 스타일스(그녀는 〈세이브...〉에서도 흑백 커플을 연기한 바 있다)가 비극적 커플인 오딘과 데시(원작의 오델로와 데스데모나)를 연기하고, 진주만의 조쉬 하트넷이 비열한 악당 휴고(원작의 이아고) 역을 맡았으며, 중견파 배우 존 허드와 마틴 쉰이 각각 교장과 코치 역으로 공연하고 있다. 연출은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와 〈씬 레드 라인〉 등에 출연했던 배우출신 감독 팀 블레이크 넬슨이 담당하였는데 이번이 세 번째 연출작이다.

〈오〉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신선하다는 호평과 기대에 못미친다는 혹평으로 양분되었으나 전자쪽이 조금 더 우세하였다. 먼저 호평을 나타낸 이들로써 시카고 트리뷴의 마크 카로는 "극소수의 영화 제작자들은 10대들과 그들의 문제점을 심각한 고민을 통해 고찰함을 마다하지 않는데 이 영화가 좋은 예."라고 평했고, 보스톤 글로브의 제이 카는 "〈오〉는 비록 시작후 얼마되지 않아 침몰해 버리지만, 훌륭한 시도였고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고 치켜세웠으며,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이례적일 만큼 지적이고 힘이 실린 〈오델로〉의 현대적 해석."이라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혹평을 택한 평론가들로서, 뉴욕 타임즈의 엘비스 미첼은 "오델로를 더욱 생생하게, 그리고 젊은 관객들에 맞출 수 있도록 만들려는 노력은 역력했지만 결국 이번 해석은 비예술적 소재가 되고 말았다."고 평했고, 뉴스데이의 존 앤더슨은 "관객을 어리둥절함과 동시에 따분하게 만드는 동기 결여의 작품."고 공격했으며, LA 데일리 뉴스의 밥 스트라우스는 "이는 세익스피어의 영화를 현대적이고 10대 친화적인 영화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싸구려 교훈."이라고 일축했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디즈니의 G 등급 가족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The Princess Diaries)〉가 759만불의 수입으로 6위를 차지하였고, 10대용 로맨스물 〈섬머 캣치(Summer Catch)〉가 491만불의 수입으로 9위,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의 〈캡틴 코넬리의 만돌린(Captain Corelli's Mandolin)〉이 393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한편, 이번 주말로 종료한 올 여름 시즌 동안 북미 극장가가 벌어들인 총수입은 31억불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종전기록인 1999년의 30억불을 넘어선 새로운 기록이다. (다만 극장 입장료가 지난 2년동안 약 10% 상승한 것을 고려할 때 관객수는 99년에 다소 못 미친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모두 네 편의 신작들이 미국전역에서 공개되는데, 사랑게임을 그린 도시 로맨스물 "투 캔 플레이 게임(Two Can Play That Game)〉, 마크 월버그 주연의 락큰롤 환타지물 〈락 스타(Rock Star)〉, '삼총사'를 원작으로 홍콩식 액션을 가미한 모험액션물 〈머스키티어(The Musketeer)〉, 그리고 죽은 남자친구의 유령에 시달리는 여주인공을 그린 스릴러물 〈소울 서바이버(Soul Survivors)〉 등이 새로이 주말 흥행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 박스오피스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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