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흥리에서 시작했는데 종달리에서 끝나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얄궂다. 아니다. ㈔제주올레가 그만큼 치밀한 결과다. 제주올레 1코스가 시작하는 마을이 시흥리(始興里)이고, 21코스가 끝나는 마을이 종달리(終達里)다. 과거 제주목사가 부임하면 섬을 한 바퀴 돌며 순시를 했는데 시흥리에서 시작해 종달리에서 끝냈다고 한다.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물론 의도한 결과”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제주올레의 성공 요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그저 길일 뿐인데, 길을 걷다 보면 숱한 이야기가 새록새록 배어 나온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 관광지도를 새로 쓰다

2009년 봄 서귀포시 대평포구. 마냥 한갓졌던 이 외진 포구 마을에 배낭을 멘 젊은 여성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올레꾼이 제주도 곳곳에 출몰한 것이다. 제주올레는 2007년 9월 개장했지만 올레를 걷는 사람 즉 올레꾼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2009년이다. 그때부터 섬 어디를 가도 배낭 메고 터벅터벅 걷는 사람들이 목격됐다.

 제주올레는 제주의 관광 명소를 바꿨다. 한라산·성산일출봉·섭지코지 등 전통의 관광 명소에 몰리던 관광객이 작은 갯마을의 골목길도 굳이 찾아들었다. 그게 올레다. 올레는 동네의 작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제주올레 덕분에 신흥 관광 명소로 떠오른 곳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1코스 말미오름, 2코스 광치기해변, 3코스 신풍신천바다목장, 5코스 쇠소깍, 7코스 돔베낭길과 수봉길, 7-1코스 엉또폭포, 8코스 박수기정, 13코스 저지오름과 낙천리 의자마을 등은 제주올레가 통과하기 전에는 주민들만 오가는 한적한 곳이었다. 가파도에 10-1코스가 나면서 국토 최남단 마라도만 찾던 관광객이 가파도로 발길을 돌렸고, 효돈천과 바다가 만나는 쇠소깍에서는 효돈마을 청년회가 투명 카누 체험을 운영하면서 신종 레포츠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건 재래시장이다. 6코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올레꾼에게 일종의 성지다. 2008년 하루 평균 방문객이 7000명 수준이던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지난해 1만5000명으로 방문객이 두 배 이상 뛰었다. 2010년 5월 서귀포시가 시장 이름을 ‘올레시장’으로 바꾼 효과가 컸다. 시장에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의 어머니가 운영했던 수퍼마켓 자리가 있는데, 지금은 ‘서명숙 상회’란 간판을 걸고 제주올레 안내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 최대 재래시장인 동문시장은 17코스 종점에 있고, 세화 오일장은 20코스에 있다.

 올레꾼이 ‘춘자살롱’이라고 부르는 4코스 표선의 ‘춘자멸치국수’는 3000원짜리 멸치국수가 메뉴의 전부인 허름한 국숫집이다. 그러나 올레꾼이 모이면서 별안간 제주도 맛집으로 떠올랐다. 1코스에 있는 시흥 해녀의 집이나 제주올레 사무국 직원이 종종 회식을 하는 서귀포 시내의 ‘돌아온 천지연 식당’도 올레 덕을 단단히 본 사례다.

#제주 경제의 실핏줄

이제껏 가장 흔한 제주도 여행 수단은 렌터카였다. 렌터카 여행이 일반화하면서 한때 제주도 여행을 주름잡았던 택시 관광이 급격히 쇠락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제주올레는 제주도의 대중 교통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제주올레는 새 코스를 개장할 때마다 지역 콜택시 서비스 번호를 명시했다. 제주올레를 걷다가 지치거나 길을 잃으면 택시가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제주올레가 새 코스 개장식을 할 때면 언제부턴가 제주의 택시기사들이 참석했다. 손님이 택시를 부를 만한 장소를 미리 알아두기 위해서였다. 올레서귀포택시 김영신 전무는 “콜 서비스 손님 가운데 최소한 20%는 올레꾼”이라고 소개했다. 노선버스에도 변화가 생겼다. 버스가 올레길 출발점과 종점을 지날 때면 올레길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온다.

 제주도 숙박시설은 제주올레 이후 일대 격변을 겪었다. 올레꾼을 위한 숙소가 제주올레 코스가 끝나는 마을에 속속 생겨났다. 이름하여 게스트하우스. 객실을 통째로 빌리는 게 아니라, 유스호스텔처럼 베드를 하나 빌리는 식이어서 1만~2만원이면 하룻밤 묵을 수 있다. 혼자 걷는 올레꾼이 유난히 많아 생긴 현상이다.

1 6코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있는 제주올레 안내센터. 2 20코스월정리에있는올레명소‘ 고래가될카페’.

 2010년부터 올레꾼이 갑자기 증가하자 기존의 모텔·여관·펜션이 아예 게스트하우스로 업종을 바꿨다. 현재 제주도에는 400개가 넘는 게스트하우스가 영업 중이다. 겨우 2~3년 사이에 일어난 현상이다. 최근엔 제주 ‘이민’ 바람마저 불고 있다. 외진 해안마을에 원두 드립 카페나 분위기 그윽한 갤러리가 있으면 제주올레가 통과하는 마을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게스트하우스는 단순한 숙박시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올레꾼이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어울리는 새로운 문화 현장이 됐다. 2코스 온평리 둥지황토마을은 제주올레 게스트하우스의 원조와 같은 곳이고, 6코스 서귀포 시내에 있는 민중각은 열흘에서 보름쯤 묵는 ‘장기수’가 많은 게스트하우스로 유명하다.

 서명숙 이사장은 “제주올레가 통과하면서 할망 혼자 앉아 있는 구멍가게가 새 물건을 들여놓고 있다”며 “제주올레는 제주 경제의 실핏줄에 활력을 불어넣는 진짜 공정 여행”이라고 강조했다.

글=손민호·홍지연 기자
사진=신동연·권혁재·손민호·홍지연 기자

제주올레 26개 코스 (관광 명소│맛집│숙박&게스트하우스)

1 성산일출봉, 종달리소금밭│ 시흥 해녀의 집(064-782-9230) 조개죽 7000원│ 성산일출봉 포도게스트하우스(010-2844-6434), 오기옥 할망집(016-689-2307)

1-1 우도봉, 홍조단괴해빈 해수욕장│ 동굴밥상(064-784-6675) 성게국 8000원 │ 동굴리조트(064-784-6678)

2 혼인지 │ 소라의 성 해녀식당(064-784-6363) 전복죽 1만원 │ 둥지황토마을(011-698-8805), 해녀 신춘자 할망집(010-3866-2972)

3 신풍·신천 바다목장,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 춘자멸치국수(064-787-3124) 멸치국수 3000원 │ 버스정류장 게스트하우스(070-4405-8382)

4 당케포구, 영천사, 망오름 │ 남쪽나라 횟집(064-787-5556) 해물뚝배기 1만원 │ 게스트하우스 하얀언덕(010-3665-8201), 와하하 게스트하우스(064-787-4948)

5 큰엉 산책로, 동백나무 군락지 │ 지귀도 섬마을 횟집(064-764-7177) 회덮밥 6000원 │ 쇠소깍 민박(064-767-2900), 안녕메이 게스트하우스(070-4146-8757)

6 쇠소깍, 이중섭 미술관,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 돌아온 천지연 식당(064-762-7073) 뱅어돔회 8만원(2인) │ 게스트하우스 민중각(064-763-0501)

7 외돌개, 돔베낭길, 수봉길 │ 강정해녀의 집(064-739-0772) 겡이(작은 게)죽 9000원 │ 가름 게스트하우스(064-739-4499, 제주풍림리조트(064-739-9001)

7-1 엉또폭포 │ 고근산 식당(064-739-6020) 몸국 6000원 │ LAPUTA 게스트하우스(010-2375-9180)

8 주상절리, 논짓물, 대평포구, 예래생태공원 │ 용왕난드르 향토음식점(064-738-0715) 보말(바다고동)수제비 7000원 │ 게스트하우스 샬레(010-3691-1859), 곰씨비씨 게스트하우스(070-8900-8907)

9 박수기정, 안덕계곡 │ 바당올레횟집(064-794-8558) 올레정식 1만원 │ 소라민박(064-794-1561) │ 돌담에 꽃 머무는 집(010-4536-1955)

10 화순금모래해변, 용머리해안, 송악산 │ 산방식당(064-794-2165) 밀냉면 5000원, 항구식당(064-794-2254) 잡어매운탕 7000원 │ 게스트하우스 봄꽃(016-258-6008), 레이지박스(070-8900-1254)

10-1 고인돌 군락지, 보리밭 │ 바다별장식당(064-794-6885) 보말칼국수8000원 │ 가파도 바다별장(064-794-6885)

11 알뜨르비행장, 정난주 마리아 성지, 무릉곶자왈 │ 우리마을식당(064-794-1121) 제주산 돼지고기 생구이 1만4000원 │ 무릉생태학교 올레게스트하우스(010-5301-2085)

12 수월봉, 차귀도, 생이기정 바당길 │ 고산육거리식당(064-772-5560) 육개장 백반 6000원 │ 1474 게스트하우스(070-4246-3999), 더파프리카 게스트하우스(010-5513-6862)

13 저지오름, 특전사숲길, 낙천리의자마을 │ 닥마루가든(064-772-5666) 말고기 생구이 1만5000원 │ 저지리사무소 마을민박(070-7098-4111), 제주모모(010-9838-7841)

14 협재해수욕장, 한림항, 비양도 │ 명리동식당(064-772-5571) │ 쉬멍민박(011-683-1432), PAGE U(010-2607-1322)

14-1 저지예술인마을, 오설록 티 뮤지엄 │ 오설록 티뮤지엄(064-794-5312) 녹차 요거트 아이스크림 5500원 │ 저지마을 고향황토골(064-773-1599)

15 금산공원 │ 고내횟집(064-799-6888) 쥐치조림 2만5000원 │ 게스트하우스 정글(010-4335-6648), 제주금산민박(064-799-0400)

16 제주항파두리 항몽유적지 │ 광령식당(064-746-8877) 흑돼지 두루치기 7000원 │ 노루물 민박(064-748-8250, 하쿠나마타타 제주도게스트하우스(010-4760-6675)

17 이호테우해변, 용두암, 제주목관아, 동문시장 │ 제주본섬(064-742-0700) 흑돼지생오겹살 1만5000원, 화진전복(064-752-2280) 전복삼계탕 2만원 │ 모나미 게스트하우스(070-4187-6217), 재봉이네(064-752-1530)

18 사라오름, 제주민속박물관, 연북정 │ 올래국수(064-742-7355) 고기국수 6000원 │ 그린데이 게스트하우스(070-7840-2533)

18-1 추자도, 테우체험 │ 추자올레게스트하우스(064-711-1801) 참굴비정식 6000원 │ 추자올레게스트하우스(064-711-1801)

19 너븐숭이 4.3 기념관, 함덕서우봉해변, 서우봉 │ 탐라흑돼지(064-784-1534) 삼겹살 1만3000원 │ 함덕제주카약 게스트하우스(010-3697-4466), 해오름게스트하우스(064-784-3232)

20 김녕성세기해변, 세화오일장, 해녀박물관 │ 뚱땡이밥집(064-783-5122) 돼지두루치기 2인분 1만6000원, 월정어촌계식당(064-784-6258) 성게국 1만원 │ 게으른소나기 게스트하우스(070-8823-2456), 레프트핸더 게스트하우스(070-8274-0943)

21 토끼섬, 하도 철새도래지, 지미봉 │ 한라산도야지 식당(064-783-2811) 흑돼지생모듬(소) 5만원, 종달해녀의 집(064-783-1752) 전복물회 1만3000원 │ 안나n폴(064-782-5320), 쏠레민박(064-784-1668)

※ 제주올레 홈페이지(jejuolle.org)에 등재된 기본 정보에 각 코스 올레지기가 추천한 숙소와 맛집, week&이 5 년간 취재한 내용을 더해 제주올레 알짜 정보 표를 만들었다. 추천 맛집은 제주 토속 음식점, 숙소는 게스트하우스 위주로 뽑았다. 코스 난이도는 제주올레 평가다. 제주올레 콜센터(064-762-2190).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