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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사랑받는 조합카페 3곳

중앙일보

입력

미술학원 선생님이 간판을 그리고, 솜씨 좋은 목수 아저씨가 카페 테이블을 만든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품앗이로 터를 일군 우리동네 ‘조합카페’들. 실내 곳곳에 동네 정서가 살아숨쉬고 왁자지껄 소란스러움이 매력포인트다. 이제는 동네 대표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한 조합카페 3곳을 들여다봤다.

은평구 갈현동 - 마을엔

시작은 동네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었다. 이미경 대표를 비롯, 7명의 주부들은 이 지역 어린이 도서관에서 길게는 10년, 짧게는 4년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그러던 중 ‘책으로 아이들을 기른 경험을 살려, 먹을 거리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부수적으로 나오는 수입은 주부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도 득이 될 터였다. 하지만 무작정 시작할 수 없는 일. 노동자협동조합인 ‘워커즈 콜렉티브’에서 1년간 교육을 받으면서 그들 손으로 북카페를 꾸려나갔다.

‘마을엔’의 인기 메뉴는 팥빙수다. 팥은 산지에서 공수해오고 맛을 더하는 시럽은 직접 만든다. 동네 한 할머니는 ‘어렸을 적 먹던 팥빙수 맛’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매일 찾아온다고 한다. 은평두레생협에서 사온 식자제로 만든 샌드위치와 유기농 라면, 공정무역 커피가 카페의 주 메뉴다. 지난해 6월부터는 도시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마을엔’표 주먹밥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올해로 문을 연지 3년 째, 그동안 한 차례 위기가 있었다.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매출도 문제였지만 몸으로 떼우는 일이 간단치 않았다. 도시락 메뉴를 겸하면서 밑반찬과 김치를 300포기씩 만드는 데 필요한 일손이 부족한 데서 오는 고충이 컸다. ‘여기서 그만 멈춰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무렵, ‘우리동네에 이곳만은 꼭 있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성화에 그들은 다시 용기를 냈다고. 비온 뒤 땅이 굳는다고 역경을 겪고난 후의 카페 운영은 순항을 거듭했다. 그런만큼 보람도 컸다. 가게 밖으로 새어 나오는 웃음 소리가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을 정도라고 한다. 이 대표는 “단순히 동업하는 동료를 넘어 삶을 함께 나누고 노후를 같이 할 이웃을 만났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10시
문의 : 02-355-1533
주소 : 은평구 갈현2동 463-6호

강북구 미아동 - 만만한 카페

영화관람 동아리부터 시작한 ‘만만한 카페’는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한 공간을 찾던 중 생겨났다. ‘우리 공간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농담 반 진담 반처럼 나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이 커졌고, 이왕이면 다른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해보자며 의기투합한 결과 지금의 카페가 탄생했다. 경제적 여유가 별로 없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운영할 수 있는 협동조합형식을 취하게 됐다. 이렇게 70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커피도 있고 전통차도 있지만 주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아이스티와 핫초코, 그리고 피자토스트다. 삼각김밥과 어묵도 인기다. ‘두루두루 배움터’라는 청소년 배움터를 운영함에 따라 자연스레 청소년 고객들이 많아졌다. 나이드신 분들은 복잡하다는 평을 내놓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공간이라며 좋아한다. 그래도 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엔 마실 나온 주부들의 차지다.

1년에 한 두 번씩 청소년 밴드를 초청해 꾸리는 미니콘서트는 만만한 카페가 자랑하는 행사 중 하나다. 올 봄에 있었던 행사도 성황리에 치러졌다. 조합원 박수진씨는 “발표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구경하는 마을 주민까지 모두 하나 돼 즐겼다”며 “대선이 끝나면 또 한번 작은 축제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업시간 : 낮 12시~오후 10시
문의 : 02-981-1881
주소 : 강북구 미아동 308-53

서대문구 홍제동 A카페, B카페

엄마들이 뭉쳤다. 매주 주말이면 지역의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정, 한부모 가정에 도움의 손길을 주던 주부들이 사업가의 길로 나섰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느니 차라리 스스로 돈을 벌어 사회공헌을 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일으킨 사업이 ‘A카페’와 ‘B카페’다. 카페를 이끌어가는 인력은 10명 남짓. 장애인 부모, 비장애인 부모, 청년 1명과 제빵봉사자 2명으로 구성돼있다. 시간이 넉넉지 못한 장애인 부모가 먼저 일할 시간을 정하고, 나머지 시간을 비장애인 부모가 메꿔 가는 방식이다.

A카페는 일반 카페, B카페는 장애 아동의 제과제빵실습실 겸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숍이다. A카페와 B카페 모두 B카페에서 만든 빵과 쿠키를 판매한다. 때문에 이 두 카페가 자랑하는 메뉴는 단연 빵류다. 쿠키, 머핀, 호두파이를 판다. 김혜미 대표는 “서대문구 장애청소년들이 실습할 수 있는 공간은 명지고등학교 한 곳뿐인데, 그나마 시험기간이나 방학 때는 실습실 사용이 원활치 못하다”며 B카페를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카페운영은 회원제다. 다달이 1만원씩 내는 연회원은 모든 메뉴에서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연회원으로 등록된 사람은 현재 20명쯤 된다. 이들 상당수가 후원의 개념으로 연회비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이 카페가 동네 엄마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이다. A카페도 파격 혜택을 제공한다. 카페를 무료로 빌려주다시피 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사전 예약하고 커피 정도만 사 드시면 무료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단골 고객에게는 열쇠도 내어 줄 정도로 홍제동의 열린 공간이다.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8시
문의 : 02-3216-3226
주소 : 서대문구 홍제1동 308-213(A카페) 서대문구 홍제동 331 홍제현대아파트상가(B카페)

<글=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각" 카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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