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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펀드 불완전 판매 … 한화계열 금융사 3곳 ‘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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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달 금융감독원 모니터링 요원이 A증권사 창구에서 적립식 펀드 상담을 부탁하자 담당 직원은 5개의 펀드를 추천했다. 추천 펀드 중 3개는 계열 운용사에서 내놓은 펀드였다. 그는 투자성향 분석을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자신이 직접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

 #B은행을 찾은 모니터링 요원은 투자성향 분석에서 ‘위험 중립형’으로 분류됐지만 주식형 펀드를 추천받았다. 최근 증시가 불안한데도 담당 직원은 투자 위험성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직원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만큼 어느 정도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20일 금융감독원이 소개한 금융회사의 펀드 불완전 판매 사례다. 금감원 반영희 금융서비스개선국장은 “올해로 4년째 금융회사의 판매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일선 창구에서의 펀드 불완전 판매는 되레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9~10월 30개 금융회사의 600개 점포(은행 11개사 350개 점포, 증권 15개사 210개 점포, 보험 4개사 40개 점포)를 대상으로 펀드 ‘미스터리 쇼핑’을 한 결과 평균 76.6점이 나와 지난해보다 7.7점 하락했다고 밝혔다.

 미스터리 쇼핑이란 금감원 모니터링 요원이 고객으로 가장하고 금융회사를 방문, 판매 과정을 점검하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은 ▶투자자 정보와 투자성향 파악 ▶상품 설명 의무 ▶계열사 펀드 권유 ▶투자위험 고지 ▶투자자의 이해 확인 등 판매 과정에서 지켜야 할 20개 항목에 대해 평가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2년 연속 우수 평가를 받은 미래에셋·삼성증권 등 12개사는 이번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르면 증권사의 펀드 불완전 판매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각했으며, 회사별로는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가 ‘부실 판매’의 꼬리표를 달게 됐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저조’(60점 미만) 등급을 받은 6개 판매사 중 5개사가 교보·메리츠종금·한화·한화투자·현대증권 등 증권사였다. 나머지 한 곳은 한화생명이다. 4등급인 ‘미흡’(60~70점) 등급을 받은 2개사는 국민은행과 동양증권으로 역시 증권사의 이름이 올랐다.

 반 국장은 “최근 증권사의 펀드 판매가 부진하면서 증권사마다 펀드 판매를 늘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직원이 기본적인 판매 준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항목별로는 총 20개 항목 중 80점 이상인 항목이 11개에 불과해 지난해(23개 항목 중 18개)에 비해 성적이 나빠졌다. ‘투자설명서 교부’ 항목만 지난해보다 점수가 올랐고, 나머지 항목은 떨어졌다. 특히 투자자 정보 진단 및 설명(69.3점), 투자위험(67.1점) 및 환매방법(54.2점) 항목은 낙제 수준이었다. 판매에는 열을 올린 반면 투자위험 고지나 상품 구조 설명 등 투자자 보호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얘기다. 2년 연속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 22개사 중 지난해보다 등급이 하락한 회사는 9곳으로 등급이 상승한 회사(3곳)보다 많았다.

 반 국장은 “이번 미스터리 쇼핑은 지금까지와 달리 실시 시기와 평가기준에 대한 사전예고를 하지 않았던 탓에 평균점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저조’와 ‘미흡’으로 분류된 8개 금융사에 펀드 판매 개선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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