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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술 백주서 환경호르몬 … 업계 1년 넘게 은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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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의 저질식품 공포가 주류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술 백주(白酒)에서 기준치의 최고 8배에 가까운 내분비 교란물질(환경호르몬)이 검출됐는데도 관련 업계가 이를 시정하지도 않고 1년 넘게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재경신문(中國財經新聞)의 인터넷 매체인 21스지왕(21世紀網)은 19일 중국주류협회가 지난해 6월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백주 샘플을 확보해 검사한 결과 가소제(可塑劑) 함유량이 최고 2.32㎎/㎏, 최저 0.495㎎/㎏, 평균 0.537㎎/㎏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중국 위생부가 공포한 식품첨가제 관련법은 가소제 허용치를 0.3㎎/㎏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모든 백주에 기준치 이상의 가소제가 함유돼 있으며 가소제 함유량이 기준치의 최고 8배, 평균 2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가소제 함유량은 고급 백주일수록 높았다.

 협회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사실을 주류업체에 통보하면서 가소제 사용을 중지하고 식품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주문했으나 검사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중국 주류업계의 한 인사는 “술을 마실 때 부드러운 느낌을 강화하고 색깔이 좋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성분의 첨가제를 쓰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21스지왕은 협회의 조사 이후 가소제 함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주구이(酒鬼·사진)주의 성분 분석을 상하이 톈상(上海天祥) 품질기술검사소에 의뢰한 결과 세 가지 종류의 가소제가 검출됐으며 이 중 디부틸프탈레이트(DBP)라는 가소제는 기준치의 3.6배인 1.08㎎/㎏에 달했다고 전했다. 후난(湖南)성 지서우(吉首)시 부근에서 생산되는 주구이는 진한 향이 일품으로 중국 10대 명주(名酒)에 속한다. 주구이뿐 아니라 다른 백주 역시 가소제 과다 함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주구이 측은 즉각 반발했다. 판전(范震) 주구이사(社) 부총경리는 “정부의 주류 품질검사 표준에는 가소제 함유량 기준치 조항이 없기 때문에 기준치의 3.6배라는 보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구이 측 인사도 “위생부가 제시한 기준치는 공인된 게 아니며 가소제 함량의 신체 부작용 여부는 국가급 전문가의 검증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도(酒度)가 높은 외국 술의 경우 중국의 백주보다 더 많은 가소제가 함유돼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선전(深?)거래소에 상장된 주구이 회사의 주식 거래는 19일과 20일 전면 중단됐다. 또 19일 중국의 대표 명주인 마오타이(茅台) 주가는 4.61%, 한국인이 즐겨 찾는 수이징팡(水井坊)은 7.09%, 우량예(五糧液)는 5.82%가 각각 하락했다. 주가 폭락으로 이날 하루 백주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은 328억 위안(약 5조7000억)이 줄었다.

한편 중국산 백주는 지난 한 해 동안 4950t(32억원) 분량이 국내에 수입됐다.

◆가소제=플라스틱이나 고무에 첨가해 분자 간 힘을 약화시켜 유연성과 탄성, 접착성을 증가시키는 유기화합물.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독성이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는 멜라민의 20배에 달한다. 장기간 과다 섭취할 경우 남성은 생식기능 상실, 여성은 조숙현상과 면역시스템 붕괴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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