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부문 기자
10년 전에도 도서정가제를 놓고 출판계가 시끄러웠다. 1997년 등장한 인터넷 서점들이 할인판매를 하면서 정가제가 무너진 것이 원인이다. 매출이 준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들이 도서정가제 정상화를 들고 나왔다. 온라인 서점의 반대 속에 출판·서점계가 양분됐다. 정부가 중재를 나서 2003년 ‘출판 및 인쇄 진흥법’을 만든다. 발행 후 1년 미만의 도서에 한해 온라인 서점에서만 10%까지 할인을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무분별한 ‘출혈 할인경쟁’을 막으려는 취지였지만 각종 편법이 동원됐고 결국 이 법의 의미는 얼마 안 가 무색해졌다.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 더 도서정가제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이르게 된다. 77년 정찰제(정가판매제)가 도입된 이래 20년 넘게 유지해오다 지난 10년 새 세 번 바뀐 셈이다. 그런데 또 그 법을 고치자고 한다. 15일 국회에서 ‘도서정가제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출판문화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각종 통계는 출판계 불황의 심각성을 알린다. 94년 5683개였던 서점은 2011년 1752개로 급감했다. 국민(성인) 독서율은 94년 86.8%에서 2011년 66.8%로, 도서관 이용률은 2008년 33.3%에서 2011년 22.9%로 감소했다. 2011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이 준 출판사는 전체의 40%에 달했다. 이런 추세는 지난 10년간 대개 이어졌지만 하나 달라진 것은 인터넷 서점의 매출도 2012년 상반기 첫 감소를 기록한 점이다. 오프라인·온라인 가릴 것 없이 어두운 그림자가 펼쳐진 것이다.
출판계는 현행 도서정가제를 ‘무늬만 정가제’라고 비판한다. 현재 발행 후 18개월 미만의 도서에 한해 최대 19%까지 할인할 수 있다. 실용서와 초등학습참고서는 예외로 해 무제한 할인 가능하다. 18개월이 지난 책도 무제한 할인이고, 법정 공동단체가 구입할 때의 할인율도 무제한이다.
2012년 11월 13일 현재 교보문고 광화문점 도서 중 12.8%만 정가제가 적용된다고 한다. 이런 정도를 정가제라고 부를 순 없을 것 같다. 지식·정보·문화 콘텐트의 저수지로서 책이 가진 공공재의 성격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다. 다만 2003, 2007, 2010년엔 그런 문제들을 몰랐느냐고 출판계에 반문하고 싶다. 프랑스·독일·일본 등 도서정가제 도입국을 충분히 참고해 2~3년 후 또 법 개정 소리가 안 나왔으면 한다. 양질의 책을 보다 싼값에 사려는 소비자의 정당한 바람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책값에는 할인율을 고려한 거품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독서의 해’에 이런 얘기를 해서 안됐지만 10% 이상 거품을 뺀 값에 책을 공급하는 등 출판계의 자정 노력부터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