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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노인들 능력 다시 활짝 … 수리·청소 시중가 70%로 척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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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핸디맨으로 선발된 김정길(71)·정길환(70)·방경섭(65)씨(왼쪽부터).

젊은 기술자들이 모르는 오래된 마루의 보수 공사나 전통 방식의 설비 기법이 사용된 시공을 하려면 숙련된 노하우가 요구된다. 하지만 나이 든 기술자들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근로의욕과 능력은 충분하지만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베테랑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현장을 찾아갔다.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다 한 식품업체의 시설팀장으로 퇴직한 김정길(71)씨. 그는 젊은 시절 큰 건설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다녀온 보수공사 업계의 베테랑이다. 문제는 나이다. 노하우도, 근력도 젊은이 이상이지만 나이 때문에 외면받기 십상이다. 생계도 생계지만 그는 아직도 현장에서 뛸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을 아까워하고 있다.

 그런 김씨에게 송파구가 대안을 제시했다. 김씨와 같은 액티브 시니어들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핸디맨(Handy Man)’ 서비스를 지난달 초부터 실시한 것이다. 시니어 전문기능 인력을 선발해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일을 대행해주는 토탈 생활서비스 개념의 일자리 사업이다. 핸디맨을 모집한다는 공지가 올라온 후 많은 액티브 시니어가 지원했고, 김씨를 비롯한 30명의 핸디맨들이 7: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핸디맨들의 활동 소식이 알려지자 송파구 주민들도 이를 반가워했다. 구에서 검증한 실력있고 안전한 핸디맨들에게 각종 보수 설비 공사를 의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송파구 삼전동에서 30년째 목욕탕을 운영하며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김영미(70) 주부의 경우 오래된 건물의 특성 때문에 일반 보수설비업체에 공사를 의뢰하는 것이 망설여졌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신문에서 핸디맨 서비스 안내를 접하고 바로 신청했다. 나무로 된 마루가 썩어 곤란했는데 베테랑들로 구성됐다는 내용에 믿음이 갔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그녀의 의뢰에 구에서는 김정길씨를 비롯, 장판 공사 경력 22년의 방경섭(65)씨와 전기 관련 경력 33년의 정길환(70)씨 등 3명의 핸디맨을 투입했다. 처음에는 이들도 조금 당황했다. “나무가 오래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쉽게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고 김씨가 처음 본 마루 모습을 설명했다. 하지만 역시 베테랑은 달랐다. 차분하게 하나하나 마루를 뜯어내고 섬세한 손길로 작업에 들어갔다.

 부분 마루 공사여서 일반 업체에서는 꺼려하는 작업이었지만 결국 핸디맨들은 어려워하는 기색 없이 뚝딱 작업을 해치웠다. 가장 어렵다는 마루 해체 작업도 베테랑으로 구성된 핸디맨들에게는 식은죽 먹기였던 것이다.

 이 같은 핸디맨들의 서비스는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고 금세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밀려드는 서비스 요청에 눈코 뜰 새가 없다고 한다. 송파시니어클럽 한승훈 팀장은 “간단한 작업도 신중하게 진행하며 의뢰를 해온 주민에게 감동으로 보답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자평했다.

 핸디맨들은 선발된 이후 약 2주 동안 전문교육을 추가로 이수해 실전 감각을 익혔다. 자신들만의 경력에 기름을 칠해 현장에 대비한 것이다. 전기, 도배, 하수구 막힘 해결, 욕실 공사, 생활가구 수리와 같은 보수설비 인테리어와 이사 청소, 입주 청소와 같은 클리닝 서비스가 주종목이다. 여성 핸디맨도 있어서 가사도우미와 같은 일상 생활 지원과 동행 서비스도 제공된다. 모두 송파구에서 신원을 보장하는 프로 시니어들이어서 안전 문제도 걱정이 없다.

 가격은 시간당으로 책정된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재료비를 포함, 일반 업체 시중가의 70% 이하 가격이다. 견적 부풀리기와 같은 바가지 요금 걱정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김영미씨가 의뢰했던 마루 공사의 경우에는 약 15만원이 들었다. 이용료도 사후에 정산하는 시스템이어서 신뢰도를 높였고 사후관리까지 해주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과 관련한 불만을 최소화했다. 고객의 개인 정보를 철저하게 보장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처음에는 고객들이 조심스럽게 핸디맨 서비스를 의뢰했지만 점차 신뢰가 쌓이면서 다양한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전국 최고의 검증된 베테랑들이 안전하고 싼 가격으로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니 언제든 불러달라”고 핸디맨들은 말한다.

글=김록환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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