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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안일’과 ‘안이’의 차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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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안일한 생각이 사고를 불렀다” “안이한 대처가 더 큰 화를 불러왔다” 등과 같은 분석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부주의가 사고를 불렀다는 얘기다. 이처럼 대충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때 ‘안일하다’ 또는 ‘안이하다’는 표현을 쓴다. ‘안일하다’와 ‘안이하다’는 비슷한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동의어는 아니므로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안일하다’와 ‘안이하다’는 둘 다 ‘너무 쉽게 여기는 태도’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확히 구분해 쓰기가 쉽지 않다. ‘안일한/안이한 생각’ ‘안일한/안이한 태도’처럼 둘 다 의미가 통하는 경우도 있다. ‘안일하다’는 ‘편안할 안(安)’자에 ‘달아날 일(逸)’자가 만나 ‘편안함만을 생각하고 (현실에서) 달아나려는 태도가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안이하다’는 ‘편안할 안(安)’자에 ‘쉬울 이(易)’자가 결합해 ‘너무 쉽게 여기는 태도나 경향이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관심을 덜 둔다는 의미에서는 둘 다 비슷하지만, ‘안일하다’는 편안함만 추구한 나머지 현실을 회피한다는 비판적 의미를 더하고 있다. 즉 ‘안일하다’는 ‘나태하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나 ‘안이하다’는 ‘나태하다’는 의미에서 약간은 비켜 있다.

 따라서 “공사 현장에서의 안일한 자세는 자칫하면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에서는 ‘안일하다’가,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이 문제다”에서는 ‘안이하다’가 더 잘 어울린다. 앞의 문장에서는 애쓰지 않고 편안함만 추구하려는 태도가, 뒤의 문장에서는 너무 쉽게 여기는 태도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또한 ‘안이하다’는 형용사로만 쓰여 ‘안이’만 따로 떼어내 사용할 수 없으나 ‘안일하다’는 형용사뿐 아니라 ‘안일히’(부사) ‘안일(명사)’과 같이 다른 용법으로 쓰임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안일과 나태에 젖은 생활을 하고 있다” “안일과 영달에만 급급한 모습이 비굴해 보인다”의 경우 ‘안이’로 대체해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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