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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제주해군기지 예산 삭감 주장은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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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가 지난 8일 방위사업청 2013년도 예산안을 심의했으나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 등의 반대로 심사결과 보고서 채택을 미뤘다. 김 의원이 제주해군기지 예산 2010억여원 전액을 삭감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여야 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예산결산소위는 오늘 다시 방사청 예산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한다. 끝내 합의가 안 되면 방사청 예산안은 정부 원안대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회부돼 처리될 예정이다.

 김 의원의 반대 이유는 민·군복합항으로 개발키로 돼 있는 제주해군기지에 당초 약속대로 15만t 규모의 크루즈선 입항이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해군이 국회의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라고 한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마을을 지역구로 하는 김 의원이 지역 이익을 위해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일견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권이 모두 필요성을 인정해 건설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김 의원 등의 반대는 과도한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8일 제주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업 내용을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대선 후보의 이 발언으로 민주당은 사실상 ‘당론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주기지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건설계획을 확정하고 지난해 착공해 상당한 정도로 공사가 진행돼 있다. 이미 총예산 9700여억원 가운데 2300여억원이 투입된 상태다. 그런 사업을 이제 와서 중단시키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김재윤 의원과 문재인 후보는 정략(政略)에만 치우치지 말고 보다 신중하게 입장을 재검토해야 한다. 여야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산을 조속히 처리해 기지 건설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