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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담달폰? 내년폰? 지쳤다, 아이폰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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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아이폰5의 국내 출시 지연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8일 “이달 중 개통은 사실상 어렵다. 현재 상태라면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에 맞출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보내준다’는 연락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T 표현명(54) 사장은 7일 트위터에 아이폰5 출시 일정과 관련해 “우리는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조사 측에 지속적으로 일정을 확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업계에서는 아이폰5를 ‘천수답폰’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늘을 보고 비 내리기만 기다리듯 애플의 응답만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은 ‘담달폰’이라고도 한다. 언제 나올지 기약 없이 그저 “다음달에 나올 것”이라는 소문만 돈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아이폰5는 현재까지 미국·일본·호주 등 31개국에서만 출시됐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아이폰5 수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특허소송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공급 순위에서 뒤로 밀려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애플은 “수요가 많아 늦어지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수요가 공급을 강하게 능가한다. 소비자 기대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생산 차질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만의 아이폰 제조업체 팍스콘의 테리 궈 회장은 7일 “애플의 기대에 부응하는 제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궈 회장의 발언은 애플이 품질을 문제 삼아 반품과 함께 까다로운 주문을 하자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의 기술진은 지난달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아이폰5 생산이 매우 복잡하다. 지금까지 조립한 기기 가운데 가장 어려운 단말기”라고 말했다.

 아이폰5가 제조상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디자인과 부품 공급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께가 7.6㎜로 얇아지면서 작아진 공간에 부품을 넣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알루미늄으로 몸체를 만드는 과정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5 몸체 제조에는 고급 시계를 만들 때 주로 쓰는 다이아몬드 절삭기를 이용해 알루미늄을 깎는 과정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삼성과의 특허 소송으로 부품 공급처를 바꾸면서 핵심 부품을 적기에 납품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화면(패널) 자체에 접촉 감지장치(터치 센서)가 들어 있는 ‘인 셀 디스플레이’를 채택했으나 이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제대로 공급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5가 공급 차질을 빚으면서 애플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애플 주가는 7일 (현지시간) 558.00달러까지 떨어져 지난 6월 4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지난 9월 12일 아이폰5 출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9월 21일 705.07달러(장중)에 비하면 21% 하락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발행하는 일간지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이날 “아이폰5가 출시 후 사흘 만에 500만 대 이상 판매됐으나 생산라인 문제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애플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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