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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권력교체, 반성문으로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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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의 과거·현재·미래 30년을 대표하는 3인방이 한자리에 모였다. 8일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 참석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왼쪽)이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의 뒤를 지나고 있는 이가 이번 당 대회에서 총서기, 내년 봄에 국가주석에 오를 시진핑 부주석이다. [베이징 로이터=뉴시스]

“반부패와 정치체제 개혁은 인민들이 주시하는 중대한 정치 문제다. 이 문제 해결을 잘못하면 당도 국가도 망할 수 있다(亡黨亡國).”

 8일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한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정치보고의 결론 부분을 읽어 내려가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목소리가 떨렸다. 부패 척결과 정치 개혁, 두 가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와 공산당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현실 인식에서다. 이번 대회에서 당 총서기직을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에게 넘기게 될 후 주석은 두 가지 문제 해결의 숙제도 함께 물려줬다. 후진타오 중국 10년의 반성이자, 시진핑 중국 10년의 화두다.

 중국의 정치체제와 부패는 불가분의 관계다. 당이 입법과 사법·행정을 모두 장악하고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체제가 부패와 떨어지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10년간 1만8000여 명의 부패 공무원이 해외로 빼돌린 재산만 200조원이 넘는 현실이다. 후 주석 집권 10년 동안 98번의 정치국 회의가 열렸는데, 이 중 22번이 부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였다.

 부패를 양산하는 당의 절대권력을 분산하고 동시에 반부패 기구 확대개편이 예상되는 이유다. 우선 사법부를 관장하는 정법위 서기의 권한이 축소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광둥(廣東)성 등 일부 지방에서는 이미 당 정법위 서기가 공안국장을 겸하지 못하게 돼 있다. 다음 주 윤곽이 드러날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도 정법위 서기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를 독립시켜 당의 권력을 감시토록 하자는 취지다.

 당내 민주화는 직접선거 확대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공산당 지도부인 중앙위원은 물론 영도 반열인 정치국원 선거에도 차액선거(당선자보다 후보자가 많은 선거)가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다. 부패 척결을 위한 구체적 작업도 이미 진행 중이다. 반부패 수사로 유명한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에 관계자들을 파견해 반부패 기구 개혁과 부패수사 기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당 체제가 유지되는 한 정치개혁과 부패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차이밍자오(蔡明照) 당대회 대변인은 8일 “공산당 일당체제를 전제로 하지 않는 개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법부가 독립하고 반부패 수사가 강화된다 해도 당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기득권의 반발도 불 보듯 하다. 중국 부의 80%는 당과 행정공무원, 국유기업 관리, 군 장교 가족들이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의 반발은 곧바로 사회 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 중국 국정의 핵심은 사회 안정이다. 안정 없이 발전 없다는 게 국가 지도부의 인식이다. 마오위스(茂于軾) 톈쩌(天則)경제연구소 이사장은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때문에 당의 일당독재가 계속되는 한 효율적인 개혁이나 부패 척결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1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당대회는 앞으로 당의 정책을 집행할 18기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360여 명을 선출한다. 이들은 당 대회 폐막 다음 날인 15일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위원과 상무위원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를 기점으로 시 부주석이 총서기에 오르는 등 제5세대 지도부가 정식 출범하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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