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통합당사 1층 대회의실. 전국의 당 지역위원장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악마는 ‘디테일(detail·세부)’에 있다”고 말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가면 곳곳에 암초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게 문 후보의 판단이었다.
문 후보의 예상대로 ‘디테일’을 놓고 잡음이 불거졌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두 분 회동에 관해 사실이 아닌 내용이 민주당발(發)로 보도되고 있다”며 “국민의 마음이 언론플레이로 얻어지겠는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왜곡된 정보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건 합의정신 위반”이라고까지 했다.
안 후보 측이 발끈한 건 일부 언론이 대선 후 신당 창당을 두 후보가 합의한 것처럼 보도하거나 안 후보가 양보하고 차기를 노릴 거라는 식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언론플레이 한 거 아니겠느냐”며 “안 후보도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민주통합당 우상호 공보단장은 “우리 쪽에서 (루머를) 확대 재생산했다는 건 오해”라고 해명했다.
단일화 스케줄에 대해서도 양측은 이견을 보였다. 문 후보는 전국지역위원장 회의에서 단일화에 대한 3단계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른 시일 내에 새정치공동선언문을 내놓고 ▶양쪽의 정책 발표(11일)가 끝난 뒤 공동정책을 제시하고 ▶단일화 방식을 정한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새정치공동선언문을 조율하는 데 2~3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8일 양측 협상팀이 첫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문 후보 측 정해구 팀장이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마무리 짓고 단일화 논의를 하겠다”고 하자 안 후보 측 김성식 팀장은 “국민에게 내놓을 공동선언은 통과의례가 돼선 안 된다”고 이견을 보였다.
이날 양측은 ‘새정치공동선언문’에 담길 4대 의제까지는 순조롭게 합의했다. 4대 의제는 ▶새정치 필요성과 방향 ▶정치·정당개혁 과제 ▶새정치·정권교체 위한 연대 방향 ▶새정치 실천 약속 등이다.
회의에 앞서 문 후보는 지역위원장들 앞에서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과감하게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위원장들에겐 “단일화가 이뤄질 때까지 (안 후보 측과 만나면) 얼굴은 웃되 열심히 경쟁해 달라. ‘단일화되면 누가 돼도 잘되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은 조금이라도 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후보 당선됐으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8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랐는데, 그렇게 됐다. 우리도 미국처럼 민주당 후보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앞서 문 후보와 환담하면서다. 이 여사의 말에 문 후보는 “고맙다”고 답례했다. 귀빈실엔 문 후보와 부인 김정숙씨, 안 후보 부인 김미경씨 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