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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에너지 효율만 높여도 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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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흔히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보통 위기는 차디찬 현실이고 기회는 멀게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 금융위기가 유럽의 재정금융위기로 확대되면서 경기 침체와 청정에너지 설비 투자에 대한 정부 보조금 축소로 인해 현재 전 세계 청정에너지 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멕시코 만의 기름유출 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사태,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중동 사회의 혼란으로 인한 석유공급 불안정, 화석연료의 마지막 대체제로 인식되는 북미의 셰일가스(Shale Gas) 개발 붐 등 지난 2년간 예측하기 어려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세계는 기존의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는 말이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상황을 직시하고, 현실에 맞게 경제성이 우수한 대안을 우선적으로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최우선 대안은 에너지효율향상에 주력하는 것이다.

 에너지효율향상은 직접적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만들고, 간접적으로 절감된 에너지 비용으로 다른 부문에 투자하는 경제적 승수효과를 만들어 냄으로써 경제 성장과 고용을 창출하는 ‘이중배당(double dividend)’ 효과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에너지효율향상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있어 신재생에너지·원자력 등을 제치고 전 세계적으로 2020년까지 72%, 2035년까지 44%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규모도 그리 작지 않다. 글로벌 에너지효율향상과 관련된 시장은 2015년에 3117억 달러로 신재생에너지 시장과 비슷하며, 2020년까지 건물부문의 에너지효율향상에 투자될 금액도 최대 2조9000억 달러(약 32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러한 세계의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에너지효율향상을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에너지효율등급 관리를 통해 냉장고·에어컨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에 올라섰고, 고효율 전동기 및 보일러 보급, 건물단열을 위한 창호등급제 세계 최초 도입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해외진출과 일자리 창출에 연결할 때다. 최근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초고효율설비보급(Super-Efficient Equipment and Appliance Deployment: SEAD) 이니셔티브’에서 주관한 TV 부문 글로벌 경진대회에서 삼성전자·LG전자가 16개 전 부문을 석권한 것은 공공부문의 관리·지원과 민간기업의 노력이 맞물린 공공-민간 파트너십의 모범사례다.

 한편 정부에서는 2020년까지 50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인 녹색 공적개발원조(ODA)와 개도국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행동(NAMA)’ 등을 에너지효율향상에 더욱 더 활용될 수 있도록 공공-민간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국내 기업에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