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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해외 채권펀드 … 올 평균 12%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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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그나마 돈 들어오는 게 해외채권형펀드다. 판매사에서도 그것만 들고 오라고 한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마케팅 담당 임원이 한 말이다. 주식형펀드 들고 가봐야 은행에서는 쳐다보지도 않는단다. 그래서 이 운용사도 뒤늦게 해외채권형펀드를 내놨다.

 해외채권형펀드 투자 열기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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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7거래일 연속(6일 기준)으로 돈이 들어오고 있다. 올 들어 이 유형 펀드로 들어온 돈은 2조원이 넘는다는 게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분석이다.

 전 세계 경제가 저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중(中)수익·중(中)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증가한 결과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 격이 해외채권형펀드다.

 성과도 좋다. 해외채권형펀드는 올 들어 최근까지 평균 12%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AB이머징마켓채권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20%를 웃돈다. 장기 성과는 더 좋다. 3년 수익률이 32%다. 같은 기간 국내·해외 가릴 것 없이, 주식형펀드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5년 수익률은 해외채권형펀드가 47%를 웃돈다. 국내주식형펀드(-6.5%)는 물론이고 국내채권형펀드(31%)보다도 낫다. 5년간 원금의 3분의 1을 까먹은 해외주식형펀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펀드 몰락의 시대’에 유일하게 돈이 되고 돈이 들어오다 보니 웬만한 운용사는 모두 해외채권형펀드에 달려들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은 이날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채권, 신흥국 국채, 해외 물가연동채 등에 투자하는 해외채권형펀드 5종을 동시에 출시했다. 해외채권 투자경험이 많지 않고, 개별 채권 종목선택에 따른 투자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해외채권지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다. 초기 얼라이언스번스틴·프랭클린템플턴·블랙록 등 외국계 운용사가 하이일드채권펀드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후엔 국내 회사지만 주식을 통해 신흥국 투자경험을 쌓아온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신흥국채권펀드로 승부에 나섰다. 그리고 최근엔 거의 모든 운용사가 해외채권형펀드를 내놓고 있다.

 자금의 쏠림은 거품을 키운다. 해외채권형펀드 가운데서도 특히 하이일드채권펀드가 인기다. 지난해엔 이 유형 펀드에 1740억원이 유입됐지만, 올 들어선 1조원 넘는 돈이 몰리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7600억원이 들어왔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하이일드채권 수익률은 6% 선까지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다. “부도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는데 수익률이 6%밖에 안 되는 게 거품의 증거”라고 일부에선 경고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쏠림을 걱정하기는 하지만 손님이 찾는데 펀드를 닫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신흥국채권펀드가 낫다는 주장도 있다. NH농협은행 WM사업부의 곽재혁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해 하이일드채권 발행 기업에 대한 부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요즘엔 신흥국채권 쪽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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