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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이 사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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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대입 수험생 학부모께.

 고생하셨습니다. 이걸로 끝이 아니라 더 그렇습니다. 수능시험을 잘 봤으면 잘 본 대로, 못 봤으면 못 본 대로 또 다른 고민의 시작입니다. 복잡한 심사에 길잡이가 될까 싶어 『엄마수업』에 나오는 세 가지 사랑법을 전합니다. 법륜 스님의 얘깁니다.

 스님은 말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적은 어린아이에겐 헌신적 사랑이 필요하답니다. 사춘기 때는 지켜보는 사랑이 필요하고요. 실패마저도 지켜보는 것, 어쩌면 이게 수능을 치른 자녀에게 가장 큰 응원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성년기 자녀에겐 냉정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제 갈 길을 가도록 부모가 ‘일절’ 관여하지 않는 사랑입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내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그렇다 보니 야단도 치고, 잔소리도 합니다. 부모가 자신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법륜 스님은 권합니다. 전쟁을 마친 다음 날, 생각해 볼 얘기가 아닌가 합니다.

 스님 말씀에 세속의 얘기 하나를 얹고자 합니다. 냉정한 사랑의 사회화입니다. 마침 대선이 한 달 남짓 남은 시점 아닙니까. 세 후보, 또는 두 진영은 모두 창의적 교육을 강조합니다. 대학 등록금 경감도 부르짖습니다. 하지만 그 밥에 그 나물입니다. 냉정한 사랑의 실천을 힘들게 하는 교육의 난맥을 바꿀 손에 잡히는 무엇은 없어 보입니다. 학부모의 책임도 있습니다. 올해 수험생은 66만여 명입니다. 유권자인 부모는 족히 100만 명은 되겠지요. 그런데 수험생 부모는 고3 탈출과 함께 교육 민감도가 확 떨어집니다. 마치 제대하는 군인이 부대 쪽으론 눈길도 주지 않겠다는 태도 같습니다. 같은 표라도 지향점은 다릅니다. 교육에 대한 냉정한 판단, 저는 이게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표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선택의 단초 하나를 드립니다. 비전이 없는 만큼 구체적 사안에 대한 입장이 가늠자가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초6·중3·고2 때 실시하는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초등학교는 폐지, 중·고교는 시험과목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완전 폐지를 주장하지 않는 건 학력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반대입니다. 문 후보는 일제고사가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강화하고 경쟁을 부추긴다고 합니다. 안 후보는 입시 문제풀이 위주 교육을 심화한다며 반대입니다. 두 후보는 표집 조사(문)를 하거나 최소 수준 도달 여부만 확인(안)해야 한다고 합니다. 교육 고민의 정점에 있는 고3 학부모시니 잘 판단하시리라 믿습니다.

 각설하고 오늘만은 ‘불금’이시길 바랍니다. 고3식 용어로 ‘불타는 금요일’의 줄인 말입니다. 다 내려놓으시고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