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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다 커서도 엄마를 찾는 세태 대선 후보들까지 “엄마처럼 다 해주겠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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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미 고전 반열에 들어선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란 유머가 있다. 인터넷에는 직업이나 전공에 따른 무수한 해법이 제시돼 있다. 그중 대학교수가 잘 쓰는 방법은 ‘조교에게 시킨다’였다. 어제 해결책 하나를 또 전해 들었다. 그냥 “엄마!”라고 외치는 것이다.

 요즘 동부화재와 LG전자가 ‘엄마’ TV광고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LG가 비슷한 컨셉트로 모방했다는 게 동부화재 측 주장이고, 결코 표절이 아니라는 게 LG 측 해명이다. 어쨌든 둘 다 등장인물들이 엄마를 찾는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동부화재의 보험 광고에선 강아지에게 쫓기는 아이, 치과 치료를 받는 아이, 자전거 타다 넘어진 아이가 “엄마”를 외친다. “아이들은 엄마만 부르면 뭐든지 다 된다고 생각합니다”는 대사가 뒤따른다. LG전자의 세탁기 광고에선 옷이 더러워진 꼬마, 케첩·커피를 옷에 흘린 여성이 등장한다. 젊은 청년은 믹서기에서 넘쳐 나온 과일주스가 옷을 적시자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른다. 보험 광고에는 어린이만 등장하니 엄마를 찾을 만하다. 그러나 세탁기 광고에선 멀쩡한 성인 남녀까지 “엄마”다. 여성이 외치는 “엄마!”는 일종의 감탄사로도 볼 수 있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청년은 분명 자기가 잘못해 놓고도 짜증내듯 엄마를 부른다. 그런데도 많은 이가 광고에 공감한다. “우리 아들이랑 똑같네”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몇몇 법조인이 사석에서 나눈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명문 D외고와 S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재들이 똑똑한 것은 맞다. 후배로 데리고 있어 보면 해야 할 일, 시키는 일을 빈틈없이 해낸다. 그러나 어딘가 2% 부족한 느낌이다. 그에 비해 같은 D외고에 K대를 나온 젊은 법조인들은 주관이 좀 더 강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경향이 있어 S대 출신에 비해 장차 성장할 여지가 더 많아 보인단다. “고교 시절 부모 뜻에 어긋나게 반항이나 방황도 해본 경험 덕분일 것”이라는 해석이 재미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로펌의 간부도 비슷한 맥락으로 말했단다. 로펌 변호사는 30대 후반을 넘기면 본격적으로 영업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반듯하게 자란 서울의 특목고 출신에 비해 지방 고교 출신 변호사가 그때 더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여겨진다는 얘기였다.

 사회생활에는 엄마가 없다. 그래서 사춘기는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는 제2의 이유기(離乳期)이기도 하다. 요즘은 서른이 가깝도록 젖을 떼지 못한 젊은이가 많이 눈에 띈다. 하긴, 거리마다 내걸린 선거 홍보 현수막들을 보라. “무엇을 해달라”는 요구는 단 하나도 없고 “내가 다 해주겠다”는 엄마형(型) 문구들뿐이다. 감당할 자신도 없이 약속해 놓고 나중에 일이 틀어지면 또 “엄마”를 찾을 것인가.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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