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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희귀한 ‘4패 무승부’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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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본선 32강전)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14보(157~163)=157과 158로 수를 조이면서 ‘4패’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흑과 백이 번갈아 패를 따내며 영원히 순환하는 4패. 159 따낼 때 백이 만약 손을 돌려 다른 데 둔다면 어찌 될까요. 그게 ‘참고도’인데요, 백1로 다른 데를 두면 흑2 잇는 즉시 백 대마가 사망합니다. 얼핏 보면 ‘3패’ 같지만 실은 ‘양패’라서 백이 죽는거지요. 백은 이런 식으로 대마를 죽이고도 불리하지 않다는 견해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모험이겠지요.

 바둑은 몇 수 더 진행됐습니다. 160 따내자 161 따내고 단수로 몰린 백이 162(△자리) 따내자 흑도 163(▲ 자리) 따내고… 이런 식으로 계속 따내면 영원히 반복될 뿐이지요. 바로 이 대목에서 이세돌 9단이 동작을 멈추고 구리 9단을 바라봤고 바둑은 ‘무승부’가 됐습니다. 세계대회 본선에선 처음 등장하는 희귀한 4패 무승부였습니다.

 한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정 때문에 이 대국은 반드시 당일 승부를 내야 했던 거지요. 두 대국자는 1시간 쉬고 오후 4시 넘어 곧장 재대국에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구리의 흑 불계승. 제한시간은 1시간으로 줄었습니다만 엄청난 체력전에 이세돌은 별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삼성화재배는 32강전이 ‘더블 일리미네이션’으로 치러집니다. 4명이 변형 리그전을 벌인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암튼 한 판을 져도 기회가 있지요. 이세돌은 다음 날 일본의 기성인 장쉬 9단을 꺾고 간신히 16강 진출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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