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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 모인 미 4대 정권 동아태차관보 정파는 달라도 국익 위해선 지혜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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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 힐리 힐 대강당에서 열린 아시아정책 좌담회에 참석한 전·현직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들. 왼쪽부터 윈스턴 로드 전 차관보, 커트 캠벨 현 차관보,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진행자), 리처드 솔로몬 전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 전 차관보. [박승희 특파원]

리처드 솔로몬(조지 H W 부시 행정부), 윈스턴 로드(빌 클린턴), 크리스토퍼 힐(조지 W 부시), 커트 캠벨(버락 오바마).

 미국의 전·현직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네 명이 1일 오후(현지시간) 한자리에 모였다.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차기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 좌담회에서였다. 공화당 정부와 민주당 정부로 소속은 달랐어도 1991년 이후 21년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을 현장에서 지휘한 이들이었다.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센 이들은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서 서로의 지혜를 나눴다.

 특히 이들은 11월 6일 선거로 출범할 차기 행정부가 4년 동안 직면할 도전 중 하나로 북한 문제를 꼽았다. 힐 전 차관보는 한·미 양국이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 만든 작전계획 5029를 거론했다. “일부 수정이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며 “북한 내에서 비상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 중국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솔로몬 전 차관보는 “김정은이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얼마 전 미키마우스가 북한 공연에서 등장한 데서 보듯 김정은이 개방정책을 취할 경우 게임 체인지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드 전 차관보는 “북한에서 뭔가 변화가 있을 거라는 데 동의한다”며 “북한 붕괴 시 핵무기 통제와 관련해 중국과 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캠벨 차관보는 “한국 대선후보 캠프의 참모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며 “미국의 대북한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한국과 긴밀한 공조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국 외교에 대해서도 이들은 각자의 경험담을 곁들여 조언했다.

 중국 천안문(天安門) 사태 1주일 뒤 차관보에 임명된 솔로몬 전 차관보는 중국 정책을 놓고 당시 백악관과 국무부 간 알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며 “휴대전화 사용 인구가 4억 명에 달하는 중국에서 앞으로 경제 발전과 정치 상황의 불일치에서 오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시진핑의) 5세대 리더에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힐 전 차관보는 “중국과 유대를 강화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미국과 중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좌담회 말미에 “나는 내 딸이 거실에서 ‘강남스타일’을 부르면서 카우보이 춤을 출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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