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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보수 안 나서면 서울교육 거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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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용린

문용린(65·서울대 명예교수) 전 교육부 장관이 다음 달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보수진영 단일후보로 나선다. 보수진영의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와 교육계 원로회는 2일 서울 종로구 YMCA 회관에서 결선투표를 통해 문 전 장관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문 전 장관은 추대위원 20명 중 15명의 지지를 얻었다. 김진성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 대표는 3표, 서정화 홍익대 사대부고 교장은 2표였다.

 문 전 장관은 후보 수락연설에서 “사범대학을 나와 30년 동안 교사를 양성하며 확실히 깨달은 것은 ‘교육을 바꾸는 건 교사’라는 점이었다. 당선된다면 선생님을 최고로 아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난 선거 때 보수진영 후보였던 이원희(60) 전 한국교총 회장이 ‘부적격 교사 10% 퇴출’ 공약을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교사 끌어안기에 나선 모습이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그는 “어쩌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가기 싫은 곳이 됐느냐”며 “학교폭력과 왕따가 벌어지고 있는 학교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미국 미네소타대 교육학 박사 출신인 문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에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올해 8월 정년 퇴임했다. 이어 9월에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지만 교육감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그는 당선되면 학생인권조례 개정과 무상급식을 재검토할 뜻을 시사했다.

 -당선된다면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뭔가.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 인권만 강조해 교사들이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소수 학생 인권만 보호하다 보면 다른 많은 학생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교사의 권위를 세워 사랑과 헌신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하겠다.” 국·영·수 선생님만 최고고 나머지 선생님은 기타 취급 받는 학교현장을 바꿔 보겠다.

 -무상급식은 어떻게 할 건가.

 "예산이 충분하다면 하는 게 좋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돈이 없다. 급식에 다 쓰고 나면 정작 써야 할 곳에 못 쓸 수도 있다. 재정형편상 무상급식을 손봐야 한다면 어떤 원칙으로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 박근혜 후보 캠프와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닌가.

 “정치권 권유로 나선 게 아니다. 이번에 보수가 교육감을 맡지 않으면 서울 교육이 거덜나겠다는 위기감 때문에 나왔다. 나라도 나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 전 장관의 출마에 진보 측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진보인사는 “김대중 정부 인사였던 문 전 장관이 진보 측 표를 끌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수호(63) 전 전교조 위원장 등 5명의 후보가 나선 진보 측은 12~13일 현장투표와 여론조사, 배심원단 조사를 거쳐 단일후보를 추대할 예정이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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