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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잦은 직장인, 멍한 두통에 뇌CT 찍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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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성모병원 장경술 교수(오른쪽)가 환자에게 뇌졸중의 원인과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천성모병원]

김은호씨(가명·47·남·인천부평구)는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다. 일이 늦게 끝나면 동료들과 술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런데 최근 속이 메슥거리고 순간 멍해지는 두통을 경험했다. 그때마다 손을 따거나 두통약으로 달랬다. 그러다 최근 받은 뇌CT(컴퓨터단층촬영)검사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뇌혈관에 볼펜 점만 한 크기의 작은 뇌경색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수많은 징후가 있다. 하인리히 법칙이다. 뇌졸중도 마찬가지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가 손상되는 질환. 혈관이 막혀가는 과정에서 우리 몸은 끊임없이 위험 신호를 보낸다. 따라서 뇌졸중은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아야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 겨울은 뇌졸중 요주의 계절이다.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오르기 때문이다. 인천성모병원 뇌신경센터 장경술 교수(신경외과)에게 뇌졸중 신호를 읽고 예방하는 관리와 응급대처법을 들었다.

뇌졸중은 뇌출혈·뇌경색 두 가지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서서히 좁아지거나 피떡(혈전)으로 막히는 ‘뇌경색’이다. 최근엔 뇌경색이 전체의 70~80%를 웃돌 만큼 많아졌다. 서구화된 식생활과 운동 부족·스트레스·비만 탓이다. 불행하게도 뇌졸중 발병 연령대가 30~40대까지 내려왔다.

 뇌졸중의 대표적 경고는 머리가 맑지 않은 멍한 두통이다. 장 교수는 “혈액 공급이 덜 되면서 머리에 일시적으로 피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고개를 위로 쳐들 때 어지러운 것도 의심해 봐야 한다. 뒷골로 가는 혈관이 순간 찌그러지면서 피가 통하지 않아서다. 한쪽 팔·다리가 약하게 저리면서 감각이 둔해지거나 말을 할 때 새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을 일과성 뇌허혈발작이라고 부른다.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다시 뚫린 것이다. 장 교수는 “이때 뇌가 보내는 위험신호를 간과하고 두통약을 먹으며 방치하는 사람이 많다”며 “일과성 뇌허혈발작을 겪은 사람 중 5%는 한 달 내에, 3분의 1은 3년 내에 뇌졸중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응급상황 시엔 두 가지 기억해야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뇌졸중이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억할 건 두 가지다. 즉각적인 병원 이송과 응급시스템을 갖춘 적절한 병원 선택이다.

 뇌세포는 단 몇 분만 혈액공급이 안 돼도 손상을 입는다.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다. 뇌경색은 3~4.5시간이 환자의 후유증을 결정하는 ‘골든타임’이다. 뇌세포가 주변 혈관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받으며 버틸 수 있는 시간이다. 이때 병원 선택은 생명과 직결된다. 신속하게 뇌졸중 환자를 진단·치료할 전문인력과 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는 뇌졸중센터를 찾아야 한다. 뇌졸중은 어느 부위에,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또 얼마나 신속하게 치료받는지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 장 교수는 “뇌졸중 위험인자가 있거나 한번 뇌졸중을 겪었던 사람은 집 주변에 뇌졸중센터가 있는 병원을 미리 알아놔야 한다”고 말했다.

고혈압·당뇨환자·흡연자는 고위험군

뇌졸중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고령자와 당뇨·고혈압·비만 등 만성질환자,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이상 징후가 보일 땐 서둘러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혈관폐색이나 협착이 발견되면 혈관에 풍선과 그물망을 넣어 혈관을 넓혀준다. 볼펜심 하나 들어갈 만한 절개창으로 수술을 해 수술 부담이 별로 없다.

 고혈압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졸중 발병 위험이 4배다. 장 교수는 “고혈압 약을 끊었다가 뇌졸중으로 악화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약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뇨환자는 혈당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걸쭉한 혈액이 동맥경화나 피떡을 만들어 뇌혈관을 막기 때문이다. 가족력이 있거나 고지혈증·비만 환자라면 당장 흡연·음주를 삼간다. 니코틴은 혈관에 상처를 내 혈액 속을 떠다니는 찌꺼기가 혈관에 잘 달라붙도록 도와준다. 또 술은 칼로리가 높아 혈중지방을 잘 쌓이게 한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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