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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단군신화는 신화일 뿐 신라가 한국인의 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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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신라가
한국인의 오리진이다
이종욱 지음, 고즈윈
380쪽, 1만6800원

한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삼한통합(삼국통일)을 꼽으며, 이를 한국인의 뿌리와 연결시킨 흥미로운 저작이다. 삼한통합 이후 한국 역사의 주인공은 신라인이 됐다는 것이다. 정복자가 된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의 토지를 나누어 가졌고, 9세기 중반 이후 신라 왕정이 무너질 때 많은 왕경(지금의 경주) 사람들이 땅과 노비가 있는 지방 곳곳으로 이주해 향리층으로 자리잡으며 고려·조선의 지배세력이 됐다고 말한다.

 책은 경주의 신라 유적군 10개를 뽑아 소개하는 ‘신라길’ 답사 안내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태종무열대왕릉, 감은사, 석굴암,불국사, 괘릉 등(신라길 1)과 계림·교동고분군, 월성·황룡사지(신라길 2)를 돌며 『삼국사기』 『삼국유사』 『삼국사절요』 등에 나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다고 단순한 가이드북은 아니다. ‘한민족이 단군을 시조로 하는 순수 혈통의 단일민족’이라는 내용을 뒤집으며 한국인의 근원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30여 년간 고대사를 연구해온 역사학자 이종욱 서강대 총장. 그는 신라가 삼한통합을 한 만큼 신라가 한국인의 역사적 고향이고, 공간적인 면에서는 경주가 실질적인 고향이라고 말한다. 고구려·백제가 신라에 편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조선·고구려·백제·신라의 역사에 동등한 자격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의 오리진이 신라인이라는 근거로 1985년과 2000년에 실시한 인구 주택 센서스를 꼽는다. 현재 한국인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신라의 왕을 배출했던 종성(宗姓)인 박씨·석씨·김씨와 육부성인 이씨·정씨·최씨·손씨·설씨·배씨 등 신라인 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역사 교육은 단군을 시조로 여기고, 신라보다 고구려를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이뤄졌을까. 오히려 이게 식민사학의 영향이라는 주장이다. 일본이 천황을 구상해 일본 민족을 만들어냈듯이 일본이 천황 자리에 단군을 대입해 단군 이야기를 신화화했다고 지적한다. 한국사에 대한 도전적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각별한 경주 답사 안내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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