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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주부 가사노동 가치는 얼마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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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11면

필자는 퇴근 후 혹은 주말을 이용해 집안일을 할 때마다 괜히 억울한 생각이 든다. 시작과 끝이 있으며 충분한 대가까지 지급되는 취업노동에 비해 가사노동은 도대체 해도해도 끝이 없고, 티도 나지 않고 심지어 합당한 대가(?)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 같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식사준비 및 설거지를 하다 보면 대체 매 끼니는 어쩜 그리 자주 돌아오는 것인지.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금세 다음 끼니때가 닥치니 결국 부엌은 온종일 그릇과 음식물로 정신없이 어질러지는 기분이다.

평소 집안일에 소질도, 의욕도 별로 없으며 그저 틈날 때 잠깐씩 돌보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 필자가 감히 위와 같은 푸념을 늘어놓는 지경인데, 전업주부로 종일 야무지게 집에서 식사, 청소, 빨래에 심지어 아이들 양육까지 전담하는 여성들의 노고와 스트레스는 오죽할까.

이번 칼럼에서는 이혼시 재산분할비율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들, 특히 여성의 위와 같은 가사노동이 경제적으로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재산분할비율을 결정함에 있어서 법원은 나이, 결혼기간, 직업 보유형태를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참작하고 있다. 즉, 나이가 많을수록 결혼기간이 길수록, 여자의 수입이 많을수록 높은 기여도가 인정돼 나이, 결혼기간, 여자의 수입 또는 경제력의 여부와 재산분할비율은 비교적 비례관계에 있다고 보여진다.

그 밖에 여자가 미성년인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됐는지 여부, 생활비를 충당했는지 여부 등도 재산분할비율의 고려요인으로 삼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여자가 남자보다 수입이 많은 경우, 여자가 적극적으로 재산의 증식 형성을 한 경우에는 50% 이상의 재산분할 비율이 인정돼 결국 여자의 경제적 기여가 재산분할비율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식적으로도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재산분할시 여자의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평가다.

최근 판결례를 살펴보면 보통 20년 정도 결혼생활을 지속한 경우 비록 전업주부라도 40%를 초과한 재산분할비율을 인정한 사건이 대다수고, 이는 과거보다 전반적으로 더 높은 재산분할비율을 인정한 것으로 재산분할시 여자의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전보다는 더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실무상 여자의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남자의 취업노동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

요즘엔 아이들 성장속도가 빨라서 미운 일곱 살은커녕 미운 세 살, 미친 네 살, 때려죽이고(?) 싶은 일곱 살이라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나도는 지경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만일 여성이 다른 가정의 도우미 혹은 보모로서 일하게 될 경우 얻게 될 수입 및 그 가치를 고려해본다면, 굳이 가사노동을 취업노동에 비해 평가절하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유유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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