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생아 탄생 기쁨, 손발조형·탯줄도장에 담으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손발조형에 푹 빠진 권갑수씨.

자식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요즘은 특히 한자녀 가정이 많다 보니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부모’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출산 기피 현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기를 가지게 되면 180도 변하는 요즘의 부모들. 아기가 뱃속에 자리 잡으면서부터 시작되는 귀한 자식 사랑을 보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신생아를 가진 젊은 부모들 사이에는 탯줄도장과 아기의 손발이나 엉덩이 조형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권갑수(43)씨도 이런 신 트랜드와 연관이 있다. 아기의 손발, 엉덩이 조형물과 탯줄도장을 만드는 장인(?)이기 때문이다. 젊을 때부터 손재주가 있어 손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는 권씨는 최근까지도 제빵사로 일하며 신선한 빵과 케익, 쿠키를 만들어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일이 좋기는 했지만 문득 일로 인해 자식에게 소홀한 것 같아 하던 일을 접고 주부의 생활로 돌아갔다. 이 후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 뒷바라지에 보냈지만 기술을 묵혀두기 아쉬운 마음에 제빵 기술은 재능 기부의 밑천으로 삼고 있다.

  그러던 중 유아용품과 병원관계 일을 하는 제부들의 권유로 새로운 분야인 아기 손발조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업성도 있고 의미도 있는 일이지만 생소한 분야라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천안에서는 기술을 배울 수 없어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대전에서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전으로 배우러 다녔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대전으로 가서 늦도록 개인 특강을 들었다. 손재주가 있어 빠르게 숙달했지만 아기들이 대상이라 충분한 실습과 섬세한 손기술이 요구돼 긴장하며 배웠다.

아기 손발조형물을 만드는 일은 모든 작업과정이 수공예인데다 연약하고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아기들이 고객이라는 점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신생아를 보면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아이의 모든 것을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이 때문에 보람도 느낀다고 한다.

완성된 아기의 손발조형물

“아기를 보러 갈 때는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요. 신생아의 경우 태어난 지 3~7일 사이가 손발 조형물을 만들기 가장 적당한 시기예요. 그런데 발은 틀을 뜨는 것이 수월하지만 손은 대부분의 아기들이 펴질 않아 주먹 형태로 본을 뜨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일반적으로 본을 뜬 후 최종 완성품까지 대략 한 달 정도 소요됩니다.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다 보니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는 편이죠.”

부모가 아기의 조형물을 보고 기뻐하고 만족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권씨는 아기에게 사랑의 선물을 줬다는 기분이 들 때마다 일에 대한 만족감을 느낀다고 자랑한다.

  글·사진=조명옥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