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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뷰티업] 화장품은 약이 아니잖아요~ 소비자는 똑똑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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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화장품은 약이 아니다. 의약품과 비교하자면 안정성은 약보다 높고 효능은 약보다 낮다. 의약품은 약효가 센 대신 대부분 처방이 있어야 쓸 수 있다. 혹시 모를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화장품에 의약품과 비슷한 효능을 내는 성분이 들어 있대도 함유 비율은 의약품에 한참 못 미친다. 식의약청처럼 허가·관리를 하는 기관에서 엄격하게 이런 성분의 함유량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의사·약사의 도움 없이 소비자 스스로 쓰는 게 화장품이니 유효 성분이 너무 많을 경우 부작용을 관리할 수 없어 그런 것이다.

그런데 요즘 몇몇 새 화장품 발표회장은 마치 신약 발표 현장을 방불케 한다. 의학·생리학·화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총출동한다. 내용대로라면 족히 몇 년은 공들였을 과학적 성과를 들려 주며 ‘신상 화장품’을 공개한다. 생소한 전문 용어의 향연이 끝나고 결과는 딱 한 줄로 요약된다. “어떤 성분을 분석해 보니 이런 작용을 하는 것을 알게 됐고 이것을 피부에 적용하니 저렇게 흡수돼서 요런 효과가 생기더라”는 거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정리도 당장은 검증이 불가능하다. 기자들도 필요한 경우 업체의 주장을 요약해 전달하는 게 고작이다.

독자들은 어떨까. 화장품 속에 있다는 이런저런 ‘과학’과 ‘기술’에 귀가 솔깃해지는 이들도 있겠지만 과학적인 효능 홍보 문구에만 혹해 화장품을 고르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듯하다. 의약품도 아닌 화장품 하나 바른다고 즉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요즘 소비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게 마케팅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들은 요즘 소비자들은 과학적인 효능·효과보다 ‘내 취향’을 더 찾는다고 한다. 특정 제품의 향이나 질감은 어떤지, 잘 스미는지, (색조 화장품이라면) 색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고 예쁜지 등을 훨씬 더 궁금해한다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선택이다. 매장에 들러 제품을 다 써 보고 내 취향의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눈여겨보는 게 미리 제품을 접한 ‘누군가의 품평기’다. 이 때문에 뷰티 프로그램도, 블로거도 품평에 열을 올린다. 정말 형편없는 제품 아니면 품평은 대체로 좋거나 그만그만하다. 간혹 내가 쓰는 혹은 사려는 화장품에 대한 적당한 품평기를 발견한 소비자는 그 한 줄에 안심한다. 자신의 소비에 대한 확신과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골치 아픈 과학보다 공감 가능한 정보가 소비자를 움직이는 시대다.

오늘밤 11시 JTBC 뷰티 버라이어티쇼 ‘뷰티업’에선 새 코너 ‘뷰티업 초이스’가 공개된다. MC 장신영을 비롯, 6인의 뷰티 전문가가 특정 화장품을 꼼꼼히 뜯어보는 코너다. 호평뿐 아니라 비판적인 의견도 전한다. 각종 신제품을 두루 섭렵해온 전문가 집단의 공개 품평에 응한 브랜드는 ‘키엘’이다. 2007년 출시 후 지금까지 400만 개 이상 판매된 ‘키엘 울트라 훼이셜 크림’이 검증대에 올랐다. 이 브랜드의 ‘베스트셀러’지만 여전히 못 써본 시청자를 위한 ‘직설 품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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