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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스펙공화국 … 3만 명 몰린 대기업 취업학원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22일 서울 역삼동 한 취업 전문학원.

대기업 취업 1차에 합격해 면접을 앞두고 있는 구직자들이 4~5시간에 걸쳐 족집게 ‘면접 과외’를 받고 있었다. 1년 전 취업영어 학원으로 시작한 이 학원은 자기소개서, 인·적성, 면접까지 스펙 관리를 종합적으로 해주는 학원으로 발전했다. 회원만 2만9000여 명. 특별 면접 컨설팅은 한 번에 25만원, 자기소개서 쓰는 법은 한 시간에 9만원이지만 공채 시즌엔 당일 마감된다. 자기소개서 전문학원과 면접 전문학원도 강남에 40개 이상 성업 중이다.

 올 2월 서울의 사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승진(27)씨는 2년 전부터 영어 점수를 높이고 각종 자격증을 따느라 300만원 넘는 비용을 썼다고 했다. 스펙을 쌓고도 불안해 인·적성 동영상 강의도 들었다는 그는 20여 개 기업 공채에 응시했지만 면접까지 간 경우는 단 두 번이었다. 그는 “자격증 10여 개를 따고도 지금까지 취업 백수”라며 허탈해했다.

 구직자들이 이처럼 취업준비에 막대한 돈을 쓰면서 멍들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대졸공채 경쟁률은 70대 1이 넘는다. 반면 중소기업은 젊은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경남 함안의 J기계공업은 6년째 젊은 인력 수혈이 끊겼다. 58년째 제지 기계를 만들어 한 해 60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해 왔지만 이젠 기업 명맥을 걱정할 처지다. 정계원 관리부장은 “직원 35명의 평균연령이 61세”라고 전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백필규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인력 양성을 위한 산업대를 육성하고, 중기 근로자를 위한 세제 혜택 같은 종합 처방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경영학부 김진수 교수는 “ 젊은이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들을 창업시장으로 끌어낼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최지영·장정훈·김호정·채승기·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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