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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진술 일부 오류 … 최대한 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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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시형씨가 26일 새벽 특검 사무실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가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특별검사팀(특검 이광범)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현직 대통령 자녀가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피고발인인 시형씨를 한 차례 서면 조사한 뒤 불기소 처분했었다.

 특검팀은 이날 시형씨를 상대로 청와대 경호처와 내곡동 3필지를 공동 매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부담액 일부를 대통령실에 부담케 해 국가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집중 추궁했다. 또 사저 부지의 실제 매입자가 아버지(이 대통령)인데도 시형씨 명의로 계약을 해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는지도 캐물었다. 땅값 12억원 가운데 큰아버지 이상은(79) 다스 회장에게서 6억원을 빌린 경위와 그 돈의 출처도 조사했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어머니 김윤옥(65) 여사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농협에서 6억원을 대출받을 때 김 여사가 관여했다는 진술을 김세욱(58·별건 구속기소)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행정관으로부터 확보, 이 부분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시형씨가 이상은 회장에게서 현금 6억원을 받아온 뒤 김백준(73)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나머지 6억원은 대출을 받아야 하니까 필요한 서류를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전 기획관은 현금 6억원 송금 실무를 담당했던 김 전 행정관에게 대출 관련 업무를 맡겼다. 김 전 행정관은 특검팀 조사에서 “김 여사가 대출에 필요한 인감도장을 내줬으나 농협 청와대 지점 확인 결과 인감도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동장과 동사무소 직원이 청와대를 방문해 김 여사에게 인감도장을 받아 인감증명서를 발부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이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찾을 수 없다”며 별도의 조사 없이 고발을 각하했다.

 ◆청와대 100m 바리케이드 경호=시형씨는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은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의 질문에 “안에 들어가 설명하겠다”고만 답하고 5층 영상조사실로 올라갔다. 청와대 경호처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삼엄한 경호를 펼쳤다. 시형씨가 출두하는 사무실 앞 도로 100m가량에 철제 바리케이드를 치고 건물 출입구를 1.2m 높이의 차단막 20여 개로 봉쇄했다. 경호원 수십 명과 경찰 100여 명이 배치됐다. 시형씨는 14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26일 0시30분쯤 특검 사무실을 나섰다. 시형씨는 취재진에게 “검찰 서면 진술서에 일부 오류가 있었지만 최대한 소명하고 나왔다”고 짧게 답한 뒤 차량에 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할 얘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내심 특검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불쾌해하는 기류가 있으나 이를 드러내진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들의 출두를 봤는지에 대해 “내부 보고가 많아서 아마 못 봤을 것”이라고 했다.

심새롬·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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