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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판사, 60대女에게 "늙으면 죽어야…"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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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늙으면 죽어야 해요.” 40대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60대 증인에게 이 같은 막말을 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25일 서울 동부지법에 따르면 A부장판사(45)는 지난 22일 사기·사문서 위조 사건의 재판에서 서모(66·여)씨를 심문하는 도중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당시 서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해 진술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씨가 말을 모호하게 하고, 여러 차례 말을 바꿔 결국 A부장판사가 직접 심문에 나섰다. 그런데도 서씨의 진술이 여전히 불명확하자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서씨는 A부장판사에게 항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뒤늦게 막말 사실이 알려지자 A부장판사는 법원장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았다. A부장판사는 “혼잣말을 한 것이었으며 부적절한 언행으로 증인에게 상처를 줘 깊은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동부지법은 전했다. 동부지법은 A판사가 사건 회피 의사를 밝힘에 따라 재판부를 다시 배당하기로 했다.

 파문이 커지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공보관실을 통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고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증인에게도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사과했다.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은 윤리감사관실에 철저한 경위 파악을 지시하는 한편 법원 내부통신망에 전국 판사들에 대한 당부의 글도 올렸다. 차 처장은 이 글에서 “사법 신뢰는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너무나 쉽다”며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부적절한 법정 언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이런 사태가 발생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차 처장은 이어 “법관의 법정 발언 및 태도는 재판의 일부이므로 재판독립의 원칙에 비추어 함부로 관여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며 “그러나 법정 언행의 한계를 벗어난 경우는 이와 달리 법관윤리강령 위반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부장판사에 대해서는 해당 법원장의 징계 청구가 없더라도 대법원이 직권으로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판사들의 막말 파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사재판 조정 중 판사가 자녀 친권과 양육권에 대한 합의를 요구하는 여성에게 “입이 터져서 아직도 말이 계속 나와요” “당신이나 똑바로 먼저 잘 해봐요”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서울변회 김득환 법제이사는 “법정에 설문지를 두거나 법원 외부 인사의 암행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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