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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너무 없자 결국…의정부도 경전철 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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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4일 오후 4시27분 의정부 경전철 객차 내부. 총 38개의 좌석을 갖춘 객차 2량에는 이용객이 10명에 못 미쳐 대부분 좌석이 비어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7월 1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경기도 의정부 경전철 역사 15곳에 최근 눈길을 끄는 안내문이 붙었다. 다음달 한 달간 경전철 요금을 성인 기준 1300원에서 350원으로 950원 내린다는 내용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의정부 경전철 운영업체가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의정부경전철㈜ 이상철 관리이사는 “하도 승객이 없어 이런 대책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자치단체가 도입한 경전철이 ‘세금 블랙홀’로 전락했다. 현재 의정부시와 경남 김해시가 경전철을 운행 중이며, 경기도 용인에는 내년 4월 개통 예정이다.

 개통 110여 일째인 의정부 경전철의 경우 요즘 하루 평균 이용 승객은 1만2000∼1만3000명이다. 개통 전 예측된 수요의 15% 정도다. 이 때문에 매월 20억원 정도의 적자가 생긴다.

 24일 오후 4시27분 발곡역을 출발한 승객은 7명에 불과했다. 승객 이경수(36·의정부시 신곡동)씨는 “국철과 환승 시 할인 혜택도 없는 데다 역사도 주거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정부 경전철은 민간사업자가 30년간 관리·운영하다 의정부시에 넘겨주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됐다. 의정부 경전철의 수요 예측은 민간사업자가 제안한 내용을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중심이 된 정부 협상단이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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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전철이 애물단지가 되자 의정부시와 시민들은 좌불안석이다. 적자가 발생하면 시 예산으로 연간 100억원 정도를 사업자 측에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의정부시와 경전철 운영업체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협약을 체결했다. 예측 수요의 50∼80%가 이용할 경우 적자를 보전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또 민간사업자가 파산하면 시가 민간 투자원금(3851억원)과 이자를 물어줘야 한다. 의정부 YMCA 이상윤(40) 간사는 “자치단체장이 치적 쌓기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개통된 김해∼부산 경전철은 ‘MRG 폭탄’이 현실화하고 있다. 2002년 정부와 김해시, 민간사업자가 협약을 맺을 당시 예측한 하루 이용객 수는 지난해 기준 17만6358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승객은 3만2000여 명에 그쳤다. 적자 발생에 따라 보전해줘야 할 금액은 금융비용 등을 합칠 경우 지난해 4개월치만 147억원에 이른다.

 용인 경전철도 시 재정에 압박을 주고 있다. 용인시는 2010년 6월 경전철을 완공했으나 내년 4월로 개통을 미뤘다. 30년간 적자를 보전해주도록 된 MRG 협약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그러자 운영업체인 ㈜용인경전철은 지난해 용인시를 상대로 국제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 용인시는 총사업비 1조1000억원 가운데 배상금으로 7786억원을 물게 됐다.

 안병용 의정부시장과 김학규 용인시장, 김맹곤 김해시장은 24일 함께 국회를 방문해 경전철 운영비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전철 사업은 중앙정부가 사전 심의하고 수요 예측까지 해줬기 때문에 중앙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경전철 사업을 두고 지자체와 중앙정부 사이에 책임 공방으로까지 비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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