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온라인 고스톱·포커, 월 30만원 이상 못 쓴다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인터넷 포커에 빠진 A씨(24)는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의 고민 상담 게시판에 게임 중독에 따른 고통을 털어 놓았다. A씨는 군 전역 후 1년간 모두 2500만원가량을 인터넷 도박에 쏟아 부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벌어 둔 돈은 물론 부모의 돈도 가져다 썼다고 한다. 그는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50만원을 날렸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도박을 끊을 수 없어 이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앞으로 A씨처럼 인터넷 포커나 고스톱에서 하루에 거액을 잃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될까. 게임산업 감독권한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가 하루 10만원을 잃으면 48시간 동안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섰다.

 문화부가 25일 발표한 ‘인터넷 게임 사행화 방지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인터넷 게임을 하는 데 필요한 게임머니를 한 달에 30만원 이상 구입할 수 없다. 또 게임 한 판에 쓸 수 있는 판돈도 1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인터넷 게임 업체는 앞으로 이용자가 게임에 접속할 때 자동적으로 게임방이 배정되도록 해 상대방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게임 운영방식을 수정해야 한다. 불법 사이버 환전상이 끼어들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어기는 게임 업체는 시정 명령을 거쳐 형사 고발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내년 초부터 시행된다.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이승재 사무관은 “사이버 환전상들이 인터넷 게임을 도박 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현실을 고치기 위해 규제책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지금도 1인당 게임머니의 구입 한도는 한 달 3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사이버 환전상이 게임 이용자로부터 일정액을 송금받은 후 게임 사이트에서 만나 게임머니를 잃어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무제한 게임머니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해 게임 중독 피해자를 양산해 왔다. 10만원을 잃은 이용자가 48시간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면 그만큼 환전상이 돈을 잃어줄 기회도 줄어들기 때문에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문화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게임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포커 게임의 경우 베팅 횟수를 7회에서 5회로 줄이는 등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데 문화부가 갑자기 규제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규제의 실효성도 의문시된다는 지적이다. 게임업체가 모든 사용자의 게임머니 변화를 실시간 관찰해 누가 10만원을 잃었는지 점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가 닿지 않는 해외 사이트로 이용자들이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