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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삼성 야구] 세밀함에 힘까지 사자는 화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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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남우식
70년대 강속구 투수·기업인

삼성이 또 이겼다. 대구 야구가 다시 한국 야구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 같아 감회가 남다르다.

 삼성은 1차전 이승엽의 2점 홈런으로 승리한 데 이어 2차전에도 최형우의 만루 홈런으로 2연승을 달렸다. 삼성은 2000년대 초·중반 점수를 내주지 않는 강력한 불펜으로 적은 점수에도 승리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은 높은 마운드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한 방으로 승부를 보는 팀이 됐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타격이 강한 팀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그 전통을 잘 접목해 공수 조화가 좋은 팀으로 바꿔놨다.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은 1990년대 호남 야구를 대표하는 해태에 밀려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상승세를 타더니 한국 야구 최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예전부터 대구는 야구가 셌다. 오랜 전통 덕에 선배들에게 훈련하는 방법이나 정신력, 야구에 대한 열정을 배울 수 있었다. 타지에서 스카우트돼 온 친구들이 대구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보고 다 놀라곤 했다. 훈련량이 많고 강도도 셌다. 속된 말로 미친 사람처럼 했다.

 삼성과 SK의 사령탑도 모두 대구 출신이다. 두 후배가 프로야구 최고 무대에서 맞대결하는 장면이 선배 입장에서 자랑스럽고 기쁘다.

 삼성과 SK의 야구는 많이 다르다. 두 팀 모두 탄탄한 조직력과 안정된 투타를 자랑한다. 하지만 삼성은 짜임새 있고 세밀한 플레이가 강한 반면 SK는 홈런과 장타가 많은 선 굵은 야구를 한다. 두 감독의 성격이 그대로 배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류 감독과 이 감독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류 감독은 침착하고 깍듯하다. 말도 조리 있게 잘하고, 행동도 조심스럽다. 그래서인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밀한 야구를 한다. 유격수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 것도 상대 데이터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 감독은 동작이 크다. 만나도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게 아니라 가까이 다가와 포옹한다. 목소리도 크고, 웃음소리도 호탕하다. 호쾌한 홈런 타자이자 파이팅 넘치는 포수였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큰 그림을 그려놓고 선수에게 믿고 맡기는 야구를 한다.

 대구 야구를 이야기할 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한국 야구 최강인 삼성의 홈인 대구구장이 아주 열악하다는 거다. 대구 야구가 한국 야구의 중심을 지키려면 인프라 확충에 힘써야 한다. 야구 할 장소가 많아야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온다.

남우식 70년대 강속구 투수·기업인

◆남우식 대표는=1970년대 한국 최고의 강속구 투수로 불렸다. 그가 뛰던 경북고는 71년 전국대회 6관왕에 올랐다. 경북고-한양대-실업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81년 롯데우유 영업사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비즈니스맨으로 전력투구해 롯데그룹에서 분리된 푸르밀의 CEO 자리에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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