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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프로야구 KS 2차전] 나도 한 방 있소, 최형우도 넘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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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형우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3회 말 2사 만루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쳐낸 뒤 침묵에 휩싸인 SK 덕아웃을 뒤로 한 채 1루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삼성은 최형우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8-3으로 이겨 2연승을 달렸다. [대구=연합뉴스]

삼성이 자랑하는 두 명의 홈런왕이 연 이틀 홈런으로 SK를 무너뜨렸다. 이번엔 최형우(29)였다.

 최형우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삼성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2-0으로 앞선 3회 말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베이스는 꽉 차 있었다. 앞서 SK 배터리는 이승엽과 박석민을 모두 볼넷으로 내보내 최형우와 승부를 피할 수 없었다. 2볼 1스트라이크에서 상대 투수 마리오의 124㎞짜리 체인지업이 높은 쪽으로 몰렸다. 최형우는 그대로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단숨에 점수 차를 6-0으로 벌리는,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짓는 한방이었다.

 삼성은 1차전에서 이승엽(36), 2차전에서 최형우의 한 방으로 먼저 2승을 챙겼다. 두 명의 홈런왕이 삼성에 2승을 선사한 셈이다. 이승엽은 다섯 차례 홈런왕에 올랐고, 최형우는 이승엽이 일본에 있던 지난해 홈런 타이틀을 차지했다.

 최형우는 KS에 앞서 홈런보다 출루를 노리며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는 꼭 필요한 순간에 홈런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냈다. 최형우는 “지난해 생애 첫 우승 감격을 누렸다. 져보기도 하고, 이겨보기도 하니 안정감이 생기더라 ”고 말했다.

 최형우의 만루 홈런은 삼성의 KS 만루 홈런 트라우마를 씻어내는 한 방이기도 하다. 이날 전까지 역대 KS에서 만루 홈런이 두 차례 나왔는데 공교롭게 모두 삼성이 얻어맞았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현 두산)와의 KS 6차전에서 김유동에게 만루 홈런을 맞고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2001년 두산과의 KS 4차전에서도 김동주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했고, 삼성은 또다시 준우승을 했다.

 2승을 사냥한 삼성은 우승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역대 KS에서 1, 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이 15차례 중 14번 우승했다. 우승 확률이 93%나 되는 셈이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장원삼이 다승왕 이름값을 했다. 장원삼은 최고 구속 144㎞를 찍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6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으로 KS 첫 승을 신고했다.

 SK는 정근우가 6회 초 좌월 솔로 홈런을 때려냈으나 이미 승부가 기운 뒤였다. 경기 내내 끌려간 SK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SK가 자랑하는 승리 불펜 박희수와 정우람은 이날도 개점 휴업했다.

대구=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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