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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워' 성적 묘사 웹툰에 네티즌 성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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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지상
경제부문 기자

김상헌 NHN 대표는 올 6월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사과했다. 한 아마추어 만화가가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그린 웹툰(Webtoon·인터넷 만화)을 네이버 ‘도전 만화’ 게시판에 올린 것이 논란이 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게시판은 일주일간 폐쇄되기도 했다.

 그리고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이달 18일, 네이버의 콘텐트 관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매일 1000만 명이 인터넷 ‘관문’으로 이용하는 네이버 홈페이지에 성희롱을 암시하는 만화가 ‘네이버 공식 애플리케이션 홍보 만화’로 연재돼서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네이버는 지난 8월부터 웹툰 작가 13명과 함께 주 1회 ‘네이버 앱피소드’라는 제목으로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광고하는 웹툰을 제작해 왔다. 작가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스토리를 이어가면서 네이버 앱 기능을 홍보하는 장면이 들어간 만화를 그렸다. 그러던 중 지난 18일 아홉 번째로 연재된 만화에서 문제가 생겼다. 연재를 맡은 작가가 바로 전 만화를 그린 여성 만화가의 분신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성적으로 흥분해 신체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처럼 묘사했다.

 해당 웹툰에 네티즌들은 ‘역겨워서 못 보겠다’ ‘이런 내용을 어떻게 네이버 홍보용으로 쓸 수 있는가’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네이버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작가와 상의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했다.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가 성적 대상이 된 데 대해 이 만화가는 “치욕스러워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며 피해를 호소한 상태다.

 이번 사안의 일차적인 책임은 인터넷상에서 쓰이는 저질 비유를 만화로 그대로 옮긴 작가에게 있다. 네이버 측은 “해당 부분이 성적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문제된 부분은 바로 수정 조치했고 작가 간 감정 싸움은 개입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네이버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4개월 전 “모니터링 강화 대책을 세우겠다”고 한 네이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문제의 만화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작가와 함께 네이버가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다.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 대표 포털이며 웹툰은 이용자 유입률이 최상급에 속한다. 웹툰의 매달 방문자 수는 700만~1000만명에 이르고 페이지뷰는 10억 건에 달한다. 네이버 웹툰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은 출시 이후 줄곳 앱 시장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가장 다양한 콘텐트를 받아들이는 ‘창’인 셈이다. 그런데 눈에 잘 띄는 큰 창일수록 더럽거나 깨지면 표가 나는 법이다. 수준 미달 콘텐트 관리를 소홀히 한 네이버의 책임이 해당 작가의 책임보다 더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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