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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멋대로 가산금리’ 없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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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소기업 A사의 대표는 지난해 말 대출 만기를 연장하러 은행에 갔다 얼굴만 붉혔다. 회사 신용등급이 ‘C1’에서 ‘B3’로 올라 대출금리가 내려갈 줄 알았지만 은행에선 예전 금리인 연 8.2%를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마진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은행 지점장이 가산금리를 예전보다 높게 적용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앞으로는 이처럼 가산금리를 이용한 은행권의 ‘바가지 금리’ 장사가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은행별 가산금리가 매달 공시되고 구체적인 가산금리 부과기준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또 높은 금리를 물고 있는 대출자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쉬워진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등과 협의해 이 같은 내용의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금감원은 대출금리를 ▶대출 기준금리 ▶가산금리 ▶가감조정전결금리로 구분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산정되는지 상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개인 신용과는 무관한 ‘학력’ 같은 항목에 대해서는 가산금리 부과를 금지하는 식이다. ‘고무줄 금리’로 문제가 됐던 영업점장 전결금리도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대출심사보고서에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명시토록 했다. 특히 가계대출은 영업점장 전결 가산금리 부과가 전면 폐지된다.

 은행별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는 주택담보, 가계신용, 중소기업대출 등으로 나눠 매달 은행연합회 홈페이지(www.kfb.or.kr)에 비교 공시된다. 각 은행은 최근 3개월 신규 취급실적을 기준으로 ▶1~3등급 ▶4등급 ▶5등급 ▶6등급 ▶7~10등급의 대출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과거 대표상품의 최저·최고금리만 공시해 실제 금리를 알기 어려웠다는 단점을 보완했다.

 금감원 이기연 부원장보는 “구체적인 가산금리 항목은 은행 영업비밀에 해당해 공개하기 어렵다”며 “소비자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전체 가산금리만 공시한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요구권에 대한 홍보도 강화된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2002년에 도입됐지만 홍보가 덜되다 보니 최근 5년간 실적은 3700여 건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신용등급에 비해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는 개인·기업은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 된다. 은행은 개인 신용대출의 만기를 연장할 때 대출자의 승진·이직·소득증가 등 신용도 개선 요인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조정해야 한다. 또 변동금리대출의 금리 변경 주기가 되면 대출자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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