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각종 재테크 상담에서 공통적으로 권하는 필수적인 노후대책은 국민연금을 끝까지 지키라는 것이다. 그동안 보험료 납입을 미뤄왔던 지역가입자들과 주부들의 가입도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88년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됐을 때 443만 명이었던 가입자는 이제 지역과 직장 가입자를 합쳐 2005만 명으로 늘었다. 국민연금이 말 그대로 온 국민이 노후를 의지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국민연금이 실은 장래에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의 보험료율과 연금 지급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연금제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8년 재정추계에 따르면 오는 2060년에는 연금기금의 재원이 완전히 고갈된다. 더 이상 연금을 줄 돈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마저도 낙관적 전망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연금재정의 고갈시점을 2053년으로 추정했고, 박유성 고려대 교수는 2049년이면 연금재원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젊은 세대들은 노후에 받을 연금이 한 푼도 없을지 모른다. 그 시기가 불과 30여 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둘째는 그나마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을 보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은퇴 전 벌던 소득(평생소득)에 비해 연금으로 받는 돈의 비율(소득대체율)이 40%에 불과한 데다, 그나마 가입기간을 충분히 채우지 못하면 연금수령액수는 더 줄어든다. 현재 연금을 받는 285만 명의 평균 연금수령액은 47만원에 그치고, 20년 이상 보험료를 낸 사람도 82만원밖에 못 받는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노후 최소생활비(185만원)와는 거리가 먼 액수다. 이래서는 노후보장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더욱이 18~59세 국민 가운데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에 들지 않고 오로지 국민연금에만 노후를 의존하는 사람이 25%에 이른다. 이들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연금으로 노후생활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국민연금을 지금부터 고쳐나가지 않으면 재원고갈과 부실보장이란 시한폭탄은 반드시 터지도록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미루면 미룰수록 국민연금 부실화로 인한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커지고,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이유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사안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새로운 복지 확대에 앞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구상부터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은 앞서 지적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즉 국민연금기금의 재원 고갈을 막고, 노후 보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연금보험료를 더 내는 쪽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이사장은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현재의 보험료율(9%)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국민연금기금의 조기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연금보험료 인상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물러서긴 했지만 전 이사장의 발언은 우리 사회가 피해갈 수 없는 국민연금 문제의 핵심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물론 보험료율 인상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사안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를 피하거나 미루면 국민연금의 파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치권과 정부는 국민연금 문제를 미래세대의 짐으로 떠넘기지 말고,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