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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낙태사이트 변질대책 절실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상에서 운영중인 낙태관련 사이트가 낙태에 관해 논의하고 낙태를 방지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낙태를 방조하는 곳으로변질되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미성년자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현행법상 불법인 낙태시술을 공공연하게받고 있어 앞서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자살 사이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적절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낙태관련 S사이트 게시판의 경우 성인은 물론 미성년자들의 낙태관련 문의가 수천건에 달했다.

예를 들어 "강남 일원동 근처에 사는 여성입니다. 남자친구가 책임을 회피해 낙태를 하려고 하는데 어느 산부인과가 좋을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라는 글에 대해 "지울거라면 서두르는게 좋다", "진료비는 얼마며 수술은 언제 받는게 좋다"는등의 대답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자신을 고3 여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의 "남자친구와 관계를 가진지 일주일 됐는데 임신이 된 것 같다. 수술말고 낙태를 할 방법은 없겠는가"라는 질문에 "임신이 확실하다면 산부인과에서 파는 약을 통해 낙태를 할 수 있다", "수술비는 20만~30만원 정도 든다"는 대답이 올라와 있었다.

이와 함께 "산부인과서는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만 바꿔 말해도 믿는다"는 `친절한 안내'' 답변까지도 올라와 있어 이미 많은 미성년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방식으로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또 다른 낙태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여기밖에 의지할 곳이 없어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가격은 얼마나 하는지 그리고 강남에는 어떤 병원이 좋은지 추천해 달라"는 절박한 심정의 글이 올라있고 "G다리역 근처에 좋은 병원이 있다는데..추천해주세요"라는 글도 떠있어 낙태 사이트가 원치않은 임신을 한 이들에게 낙태 시술병원 알선장소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물론 이들 사이트에도 `낙태는 엄연한 살인행위다. 산모의 이기적인 생각으로죽어가는 태아들에게도 살 권리는 있다''는 등 낙태에 반대하는 글도 가끔 올라오긴하지만 낙태방법, 수술비용 그리고 낙태시술병원 등을 묻고 이에 답하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실제로 이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병원에 가서 낙태 시술을 받은 미성년자도 다수 되는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져 그 폐해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찰은 현재 인터넷상에 낙태관련 사이트가 7개 정도 운영중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사이트의 목적 자체가 낙태를 조장하거나 불법 의료기관 알선이 아닌 만큼 사이트 운영자를 처벌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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