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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15) - 7월 둘째주

중앙일보

입력

1. 물오른 방울뱀

9.2이닝 1안타 4볼넷 17탈삼진 방어율 제로.

위에 보이는 '페드로 마르티네스급'의 기록은 김병현(22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7월 성적표다. 애리조나 사막의 뙤약볕이 뜨거워지면서 김병현도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전형적인 '여름사나이'의 모습이다.

2일(한국시간) 콜라라도 로키스전에서의 무실점투구(3이닝 5K)로 7월을 기분 좋게 시작한 김선수는 지난 6경기에서 무적행진을 벌였다. 특히 후반기 2경기에서는 모두 마무리투수로 등장, 깔끔하게 세이브를 따냈다.

매트 맨타이의 부상 이후 지금껏 브렛 프린츠를 중용했던 밥 브렌리 감독은 김병현의 공끝이 예사롭지 않자 그를 주전 마무리로 낙점했고, 김선수는 완벽한 마무리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선수의 '7월 대활약'은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통해 1년 내내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난제를 푼 셈.

자신감 역시 대단하다. 최근의 김선수는 자신의 공에 대해 100%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와 상대하면서 보였던 묘한 미소는 어지간한 자신감이 없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표정이다.

토드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최근 뉴욕 양키스와 미네소타 트윈스가 뛰어들면서 영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병현에게는 지금이 풀타임 클로저로 거듭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2. 더위 먹은 이치로

이치로가 21타수 무안타의 늪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이치로는 1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1회말 브라이언 앤더슨으로부터 좌전안타를 뽑아내며 길었던 '안타 갈증'을 해소했다. 그러나 6월말까지 3할5푼대를 유지했던 타율은 3할3푼대로 뚝 떨어지며 타격왕 레이스에서도 2위 그룹으로 밀려났다.

이치로의 최근 부진은 한여름 체력 저하로 인한 배트스피드의 감소와 상대팀들의 철저한 몸쪽공 승부가 맞물려서 발생한 현상. 그러나 이것이 '진짜 실력'이란 판단은 금물이다.

체력 저하는 빅리그 신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이며, 루 피넬라 감독에게는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 또한 천부적인 맞추기 능력은 상대의 역공을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1타석에서 범타를 유도한 박찬호와 김병현은 아직 이치로를 꺾은 것이 아니다.

3. 명장면의 조연이 된 박찬호

박찬호가 올스타전에서 던진 초구 때문에 말들이 많았다.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한가운데 밋밋하게 들어간 직구를 두고 박찬호의 '상납설'과 마이크 피아자의 '강요설'이 대두됐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했다.

'잘했다'라는 대부분의 여론 속에 일부에서는 '홈런 맞은 것이 뭐 자랑이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불거져 나왔다. 개인적으로 아쉽긴 하겠지만 여쨌든 박선수는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가슴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선사한 셈이다.

98년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62호 홈런을 허용한 스티브 트랙셀(뉴욕 메츠)를 두고 '패배자'니 '제물'이니 '희생양'과 같은 단어들을 쓰지는 않는다. 그 역시 홈런을 맞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런 와중에서 본의 아니게 대기록의 협력자가 된 것이다.

이는 인기 회복이 절실한 우리 프로야구에게 가장 절실한 부분이다.

4. 브라운 너마저

16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한 케빈 브라운(LA 다저스)이 최소 한달간은 전력에서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아예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로써 다저스는 1 · 3 · 4선발을 모두 잃었다. 만약 브라운마저 시즌을 접는다면 7백만달러를 고스란히 주며 내쫓은 카를로스 페레즈를 포함, 도합 3천8백만달러를 허공으로 날리는 셈. 이는 알렉스 로드리게스 + 스즈키 이치로의 연봉 합계에 해당된다.

다저스는 브라운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18일 현재 4연승을 기록중이다. 그러나 브라운 이탈의 여파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5. 돈 싫어 명예 싫어

프레드 맥그리프(탬파베이 데블레이스)가 시카고 컵스로의 트레이드를 거부했다.

컵스는 포스트시즌과 의무적인 옵션시행이 보장되어 있는 '약속의 땅'이었지만 빅리그 16년차의 이 노장선수는 조용한 은퇴를 원했다.

93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합류한 이후 97년까지 브레이브스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맥그리프는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에서도 제몫을 다하며 메이저리그 두번째로 양대리그 모두에서 2백홈런을 날린 선수로 등록됐다.

특히 올해는 18일 현재 타율 .339 14홈런 · 46타점의 맹활약으로 좌타자 거포의 영입이 절실한 컵스와 브레이브스의 표적이 되어왔다.

맥그리프의 트레이드 거부권 행사로 전력보강을 원했던 컵스와 유망주를 노렸던 데블레이스는 입맛만 다시게 됐다. 컵스의 앤디 맥파일 단장은 일주일만에 거부 의사를 밝힌 맥그리프에 대해 "시간을 너무 끌었다"며 불평했으며, 데블레이스의 척 라마 단장은 본인의 의사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직 브레이브스행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 브레이브스에 재합류할 지는 의문. 한편 맥그리프는 17일 브레이브스 원정경기에서 9회초 결승홈런을 날리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6. 다음주 프리뷰

다저스는 밀워키 브루어스-콜로라도 로키스라는 비교적 손쉬운 상대를 맞이한다. 지구 1위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약팀에 철저히 강해야 한다. 김병현이 주전 마무리로 나서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6연전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주 빅시리즈는 21일부터 있을 시카고 컵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창과 방패의 대결'. 애스트로스가 4연전을 싹쓸이할 수 있다면 1위로 올라선다.

한편 미네소타 트윈스에게는 운명이 걸린 한주다. 최근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 최강팀 시애틀 매리너스와 6연전을 치뤄야 한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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