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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때문에 관심 가진 로봇 이젠 온가족이 푹 빠져 살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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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가족이 있다. 아빠 하광진(52)씨도 엄마 신윤정(45)씨도, 아들 하성산(19)·예찬(13)군도 늘 로봇연구에 매달린다. 하씨는 로봇이 좋아 직업까지 바꿨다. 현재는 아산 배방에서 로봇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26일 하씨가 운영하는 로봇아카데미를 방문해 이들 가족의 사연을 들어봤다.

이날 오후 6시 30분. 아산 배방 신도시 연화마을 아파트 입구 옆에 있는 상가 4층에 올라가니 국어, 영어 학원 사이에 로봇아카데미가 생뚱맞게(?) 자리 잡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양한 종류의 로봇들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하씨 부부의 도움으로 로봇을 조립하고 있다. 벽에 셀 수 없이 붙여진 각종 상장들은 하씨 가족에 그간의 성과를 보여준다.

“직접 움직이는 휴머로이드 로봇들입니다. 센서가 들어있어 장애물을 피해 걷기도 하고 로봇끼리 격투를 하기도 하죠.”

하씨는 진열돼 있는 로봇들을 보며 이렇게 얘기했다. 하씨는 2008년까지 부산에 살다 아산으로 이주했다. 오로지 로봇 때문이다. 2008년 아산에서 열린 로봇대회 ‘DOWA RGC 전국 로봇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이곳으로 이주를 결심했다. 대회에 참가한 즐거운 기억 때문에 도시 이미지까지 좋아졌다고 한다.

“2006년부터 로봇에 관심이 많았죠. 그래서 전국을 돌며 로봇대회를 참가했는데 그 중 아산에서 열린 대회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로봇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로봇 체험 등을 펼치는 아산시의 노력이 엿보였어요.”

하씨는 원래 부산에 거주하며 통영에서 굴 양식 사업을 했다고 한다. 양식된 굴은 직접 인터넷 쇼핑몰에 올려 유통까지 해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고도 했다. 그런 그가 로봇에 빠진 이유는 큰아들 성산군과 막내 예찬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로봇공학에 관심을 보였던 성산군과 덩달아 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로봇을 좋아하게 된 예찬군의 영향으로 하씨도 로봇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원래 컴퓨터 관련학과를 나와 과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어느날부터인가 로봇을 좋아하게 됐어요, 아이들이 좋다고 하는데 저도 안할 수 없었죠. 하다 보니 흥미를 느꼈구요.”

하광진 신윤정 부부와 막내 예찬군이 다비드 로봇(1, 2, 3호)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2007년부터 세 부자는 각종 로봇대회에 함께 출전했다. 대회마다 상을 휩쓸었다. 그들이 만든 다비드(로봇명) 1호·2호·3호는 몸집은 작지만 사람과 비슷한 관절을 갖게 만들어져 로봇격투대회와 댄스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하씨는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제17회 일본로보원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로봇 격투 국내선발전을 거쳐 일본에 갔는데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로봇 전문가들이 모여있다 보니 실력 발휘를 못했어요. 1회전에서 떨어졌죠. 근데 저희 가족을 흥미있게 지켜본 일본 주최측 회장이 제안을 했어요. 한·중·일 3개국 챔피언을 가리는 이벤트성 대회였죠. 당연히 참가에 응했고 거기서는 우승을 차지했죠.”

매년 굵직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하씨 가족은 지난달 15일 열린 DOWA RGC 대회에서는 아쉽게 ‘무관’에 그쳤다. 지난해 댄스, 격투, 가족단체전 등 3관왕을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주최인 아산시 측에서 체험부스를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행사기간 내내 부스를 운영하며 로봇을 모르는 관람객들에게 로봇의 장점을 알려주며 흥미를 유발했다.

“일단 로봇이 재미있잖아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창의력을 키워주기도 하죠. 많은 시민들이 로봇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세 부자가 로봇에 빠져 지내는 동안 어깨 너머로 로봇을 본 부인 신씨도 빠져들고 말았다. 이제는 로봇아카데미를 찾은 아이들에게 ‘키트 조립’ 등의 기초적인 지식은 전달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읽는다고 하잖아요. 현재 초등교사로 재직 중인데 내년쯤에는 로봇 동아리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싶어요.”

막내 예찬군은 지난 5월 과학의 날을 맞아 실시된 로봇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바 있고 용인사이버페스티벌 전국로봇대회에서도 초등부 대상을 차지하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 예찬군의 꿈은 커서 경찰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경찰 아저씨들이 밤낮으로 고생하잖아요.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치안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글·사진=조영민 기자

◆‘DOWA RGC 전국 로봇 페스티벌(DOWA RGC: Dream Of World City Asan Robot Game Challenge)’

아산시와 호서대학교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 온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형, 테마형, 체험학습형 로봇 축제로 개최되며, 올해는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식경제부의 공식 후원 대회로 개최했다. 로봇댄스, 로봇축구, 로봇격투기, 로봇미로찾기, 가족로봇경기, 로봇서바이벌, 창작로봇 등 총 7개 종목에서 전국 로봇매니어 1500여 명의 선수들이 참여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머리·몸통·팔·다리 등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로봇을 뜻하는 말로, 인간의 행동을 가장 잘 모방할 수 있는 로봇이다. 인간형 로봇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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