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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화장품 매우 만족스럽다” 아세안 각국서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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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싱가포르 오처드 로드의 고급 쇼핑몰 ‘아이온 오처드’에 문을 연 ‘라네즈’ 매장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K팝’ 혹은 ‘한류(hallyu)’가 ‘K뷰티(K-Beauty)’로 진화 중이다. 한국 대중음악 혹은 연예인의 인기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번져 가듯 한국 화장품 인기도 높아지면서 등장한 용어다.

‘코리아(Korea)’의 K와 화장품이나 미용을 뜻하는 ‘뷰티(beauty)’를 붙인 말이다. 1세대 K뷰티가 서울 명동 등에서 한국 화장품을 잔뜩 사 가는 외국인 관광객 얘기라면 요즘 K뷰티는 다른 차원이다.

해외에 직접 진출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우리 소비자가 프랑스·미국 등 해외 브랜드 화장품, 이른바 명품 화장품을 선호하듯 말이다.

week&이 3회에 걸쳐 K뷰티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1회는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에 퍼지는 K뷰티 열기를 살펴봤다.

◆한국 브랜드 백화점 입점도 주요 뉴스=지난 8월 31일. 발행부수 약 40만 부인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 ‘더스트레이트타임스’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백화점 입성 소식을 전했다. 그것도 한 개 지면 전체를 할애했다. 뉴스의 주인공은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설화수’다. 이 신문은 설화수가 싱가포르에 첫 매장을 낸 것을 다루면서 브랜드의 역사와 제품 특징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설화수는 지난달 1일 싱가포르 중심 쇼핑거리 오처드 로드에 있는 ‘탕스(Tangs)’ 백화점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1932년 문을 연 탕스는 미국 뉴욕의 ‘블루밍데일스’, 영국 런던의 ‘셀프리지’처럼 싱가포르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백화점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개점 8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매장 개편을 단행하면서 설화수 입점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 백화점 부회장인 줄리엣 팅윌콕스는 더스트레이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삼을 주성분으로 한 제품이 훌륭해 고객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1년 전 처음 이 브랜드 제품을 써 봤더니 매우 만족스러웠다”며 “동양의 지혜를 담은 상품이란 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싱가포르가 홍콩·미국·중국에 이어 네 번째 해외 진출국”이라는 점을 짚으면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자국 진출에 의미를 부여했다. 입점 프로젝트를 지휘한 아모레퍼시픽 아세안 사무소장 이상훈 상무는 “탕스는 유행을 선도하는 백화점이어서 그런지 탕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제품, 트렌드 리더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엄선해 독점 판매하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설화수도 18개월간 이 백화점에서만 판매된다. 이 상무는 “같은 백화점에 자리 잡고 있는 타 브랜드, 특히 화장품 강국인 프랑스·일본 브랜드 관계자가 현장에 나와 설화수 매장을 지켜볼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브랜드는 올 하반기 대만·태국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또 다른 한국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도 싱가포르 오처드 로드에 있는 대형 쇼핑몰 ‘아이온 오처드’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세이부백화점’에 지난달 초 새 매장을 열었다. 라네즈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옥은재 과장은 “아이온 오처드는 이제까지 프랑스·미국 등의 고가 화장품만 입점한 고급 쇼핑몰”이라며 “한국 브랜드 라네즈가 그 벽을 뚫은 것”이라고 말했다. 개점 기념으로 마련한 기획상품 세트가 반나절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그는 “2차 제작에 들어갔지만 물량이 달려 걱정”이라고 했다.

라네즈는 10년 전인 2003년 싱가포르에 처음 진출했다. 그런데도 신규 매장 개점이 이슈가 된다. 그 정도로 K뷰티 바람이 세다는 얘기다. 한류 스타들의 인기도 한몫한다. 라네즈 모델은 스타 송혜교다. 매장 매니저 조이채는 “최근 한국 연예인들의 화장법이 유행인 데다 현지화한 제품도 더욱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개점 당일 메이크업 강좌를 열었는데 대부분의 고객이 ‘송혜교 메이크업’을 요청할 정도로 이미 사전정보가 풍부해 놀랐다”며 “한국에서 먼저 출시된 상품이 싱가포르에 언제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등 적극적인 한류 화장품 팬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라네즈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베트남·대만·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아세안 국가에서 8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세안 지역 화장품 고객들이 ‘가장 이상적인 피부’를 가진 배우로 꼽는다는 배우 송혜교.

◆국가별 소비자 특성 파악으로 현지화 성공=설화수·라네즈처럼 아세안 지역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성공비결은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한 데 있다. 얼굴·몸에 바르는 화장품 소비는 그 지역의 기온과 습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아세안 국가들의 날씨는 대부분 연중 무덥고 습하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본격 진출에 앞서 장기간 소비자 조사를 벌여 고객 성향을 분석했다. 조사를 총괄한 이 회사 미용연구팀 남용우 팀장은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필리핀 등 6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좌담회를 열고 심층면접을 통해 국가별로 다른 특징을 분석·연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비슷한 기후지만 나라별로, 인종별로 원하는 바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각국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피부’가 많이 다르더라는 거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의 화교들은 ‘하얗고 깨끗하면서 자연스러운 피부톤’을 원하는 반면 말레이계 주민들은 ‘빛나고 환한 피부’를 좋아한다고 한다. 고온다습한 기후이지만 여성들은 의외로 ‘건조한 피부’를 최대 고민으로 꼽았다. 사무실과 쇼핑몰 등 실내에서 연중 에어컨 바람에 노출된 탓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 에이컨을 세게 트는 경향이 있는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거주자들이 그랬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되거나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인 나라,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에선 공기 오염으로 유발된 피부 트러블과 모공 관리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고 한다.

남 팀장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선 수분을 강화한 제품과 미백라인을 먼저 소개하고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에선 산뜻하고 가볍게 발리는 화장품을 주력으로 삼아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옥 과장은 “‘라네즈 스노우 BB 수딩 쿠션’이란 제품은 미백, 자외선 차단, 피부 진정작용에 BB크림의 본래 용도인 기초화장용으로도 쓰는 제품인데 바르자마자 시원한 감이 느껴지도록 개발했다”며 “올 2월 아세안 지역 첫 론칭 후 발매물량이 매진됐고 추가 주문을 해도 곧 품절될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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