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종인 “더 이상 일할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종인

새누리당 김종인(사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이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국 당에서 (경제민주화를) 안 하겠다는 거다. 나도 더 이상 그런 식으로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41명 위원들의 요구로 열린 이날 의총은 그동안 논란을 벌여온 경제민주화 정책의 방향을 잡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대기업 지배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강경파’와 불공정거래 개선에 초점을 두자는 ‘온건파’가 대립하면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이달 24일 이후 경제민주화에 관한 내용을 최종 확정하고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의총에 앞서 “경제민주화란 말의 내용이 불분명해 오해와 논쟁을 낳고 있다. 구체적인 논의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느낌”이라며 ‘김종인표 경제민주화’에 부정적 언급을 했다. 의원들 역시 ‘경제민주화가 일자리 창출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신중론을 적지 않게 내놓았다.

 이런 소식을 보고받은 김 위원장은 기자에게 “지난주 금요일 박 후보와 황우여 대표 등 지도부에 ‘오늘 의총에서 경제민주화가 최종 정리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었는데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가 출마선언을 할 때부터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은 아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는 허공에 뜬 거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경제민주화 없이) 뭘 내세워서 대선을 해 나갈 것인가. 일자리 창출은 뭘로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당이 안 하겠다는 걸 내가 더 이상 어떻게 얘기하나. (내가 맡고 있는) 행복추진위원회도 의미가 없다. 나는 일을 적당히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거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애들 장난하듯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선택을 하고 정리를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당장 행복추진위원장직을 물러나겠다기보다는 박 후보를 향해 ‘김종인이냐, 이한구냐’를 분명히 선택해 달라는 압박에 가깝다. 다만 ‘최후통첩’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박 후보가 분명하게 입장을 표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경제민주화는 박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이지만 이한구 원내대표는 여러 경제민주화 입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김 위원장과 대립해 왔다.

 박 후보는 그동안 이견이 불거질 때마다 “저는 두 분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를 “정체불명”이라고 표현하고, 이를 김 위원장이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받아치는 등 두 사람의 경제민주화 논쟁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었다.

이소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