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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경직돼…" 문재인 발언에 김장수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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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장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 흐지부지됐던 책임을 국방부에 돌리면서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문 후보는 4일 노무현재단 주관으로 서울 세종홀에서 열린 10·4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특별대담을 하면서 “국방장관이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당시 국방장관 회담은 그해 10월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합의된 10·4선언 이행을 위해 평양에서 열렸다. 우리 측 수석대표는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었고, 문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문 후보는 이 회담을 언급하며 “국방장관이 회담에 임하는 태도가 대단히 경직됐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10·4선언의 핵심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에 대한 문 교수의 질문엔 “국방장관 회담에서 군사적 합의만 이뤄졌으면 그나마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는데…”라며 책임을 국방부 쪽에 돌렸다.

 이에 대해 김장수 전 장관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특별지대 공동어로수역의 전제조건은 해상경계선인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며 “북한은 NLL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와 우리 영해상에 기준선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이는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논의나 합의를 해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회담에서 합의를 이루려면 우리 측이 NLL을 양보해야 했다는 게 김 전 장관의 설명이다.

 물론 문 후보는 이날 “NLL을 변경하자는 것은 아니고, 그대로 두고 평화수역으로 선포해 충돌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4 합의 이행이 불발된 책임을 NLL을 고수하려던 김 전 장관에게 떠넘기면서 자신의 NLL 고수 입장이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노무현 정부 말 청와대와 통일부가 공동어로수역 등 후속합의를 무리하게 추진하자 북한이 NLL 무력화 카드를 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 국방부는 청와대의 압박에 반발하는 기류였고,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도 그 같은 군 당국에 앙금이 남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NLL 관련 발언은 지난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기존 경계선을 인정하는) 그런 정신만 지켜진다면 10·4선언에 포함된 (공동어로수역 등) 여러 가지를 논의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달 29일 박 후보를 맹비난하면서 “10·4선언에 명기된 서해 공동어로와 평화수역 설정문제는 북방한계선 자체의 불법무법성을 전제로 한 북남합의조치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4일에도 6·15선언, 10·4선언 등 남북 공동선언이 흐지부지된 건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때문이라며 “반공화국 대결로 얻을 것은 파멸뿐”이라고 비난했다. 정부 당국자는 “박 후보에게 비난을 퍼부으며 대선 개입을 시도한 북한이 문 후보에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문 후보는 이날 북핵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한반도 평화구상 초안을 확정한 뒤 취임 직후 2013년 여름까지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해 조율할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이 구상에 대한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의 대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문 후보는 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남북관계가 바닥을 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목표는 단순히 ‘이명박 정부보다 나은 정책’이 아니고 참여정부 시절로의 복귀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선거 개입엔 “북풍이 없는 대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10.4선언=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서명된 8개항의 선언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해 공동어로를 하고 철도·도로 개·보수를 해주는 등의 내용이다. 남북관계 협의를 위한 정상 간 수시 만남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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