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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자녀, 군대 안 가려 이런 짓을…기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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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교관 자녀의 일부가 국외 체류를 핑계로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외교통상부가 민주통합당 유인태 의원에게 제출한 ‘6급 이상 직원 직계비속 병역현황’에 따르면 해외 근무 외교관의 자녀 중 일부가 영주권이나 복수 국적을 합법적인 병역 회피에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유럽지역 공관 모 공사의 아들 A씨(31)는 2000년 이후 현재까지 국외체류를 이유로 징병검사를 연기해 병무청으로부터 ‘국외 불법체류’ 혐의로 고발당했다. A씨는 지난해 6월까지 징병검사를 받으라는 병무청의 계고장을 받고도 귀국하지 않았다. 외교부 산하기관 이사장 아들 B씨(33)는 해외영주권을 이유로 징병검사를 수차례 연기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B씨는 4년 뒤 37세가 돼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중동지역 모 대사의 장·차남도 각각 2004년, 2007년부터 현재까지 영주권을 지녔거나 24세 이전에 출국했다는 이유로 징병검사를 연기하고 있다.

 아예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외교부 국장급 아들 C씨와 국립외교원 교수 D씨와 E씨의 아들 등 3명은 미국 국적을 선택해 병적에서 빠졌다. 유인태 의원은 “해외 영주권을 가지고서도 자진 입대하는 청년들이 2004년 23명에서 올해 208명으로 늘었다”며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자식의 병역의무도 회피하며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유감스럽다”며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고발된 자녀는 법에 의해 처리될 것이지만 연좌제로 부모까지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당 부모도 충분한 도의적 책임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임공관장 정권 보은 인사 논란=한편 외교부의 인사개방 정책으로 시작된 ‘특임공관장 제도’가 정권의 보은 인사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교부가 민주통합당 김성곤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임명된 특임공관장 29명 중 30%(9명)가 보은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전문 외교관이 아닌 외부 인사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자는 취지로 1981년 도입된 특임공관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2007년 당시 이명박 대선 캠프에 있었던 인연으로 임명된 9명 중 3명은 임명 당시는 물론 재임 중에도 논란을 일으켰다. 김정기 전 상하이총영사는 지난해 ‘상하이 스캔들’로 해임됐고, 김재수 전 LA총영사는 재외동포를 상대로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연회 경비를 모금했다. 김석기 전 오사카총영사는 총선 출마를 이유로 8개월 만에 사임했다. 김성곤 의원은 “올해부터 재외선거가 실시되면서 재외공관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특히 요구되고 있다”며 “좋은 제도를 부패시키지 않으려면 미국처럼 사전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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