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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 옆 ‘아랍 궁전’ 오만대사관 문 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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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내 유일의 아랍양식으로 지어진 주한 오만대사관. [사진 디피제이파트너즈]
알하르시 대사

서울 신문로 1가, 경희궁 옆에 작은 ‘아랍 궁전’이 있다. 전통 아랍 건축양식으로 지은 주한 오만대사관이다. 4일 오후 대사관이 우윳빛 대리석 담장 속에 숨겨둔 아름다움을 서울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제5회 ‘서울문화의 밤’ 오픈하우스 행사에서다.

 대사관은 국제법적으로 오만 영토다. 출입이 통제된다. 이날 하루, 방문을 신청한 서울 시민 390여 명 가운데 추첨된 26명이 초대돼 1시간30분 동안 대사관을 둘러봤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호스트인 무함마드 알하르시(48) 주한 오만 대사가 한국말로 첫 인사를 건넸다. 그는 “오만과 한국 간 상호협력과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며 “이곳에서 서울 시민들이 오만의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축한 대사관은 793㎡ 대지에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다. 국내 유일한 아랍풍 대사관이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프랑스인 건축가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디피제이파트너즈 대표가 설계를 맡았다. 시공은 한국과 오만의 합작품이다. 대리석은 오만에서 직접 들여왔고 유리와 창호 등은 한국에서 조달했다. 잘리콩 대표는 “오만의 전통과 서울의 현대성을 조화시키려 했다. 대사관 건물은 ‘오만 궁전’을 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만에 수주간 머물며 건축물을 둘러봤고, 설계에 오만 전통 구조와 문양을 담았다.

 지하 1층 로비. 화려한 문양의 난간으로 장식된 계단이 눈에 띄었다. 지붕에서 아래층까지 구멍을 뚫었다. 햇살이 쏟아졌다. 계단과 벽의 흰빛은 더욱 희게 빛났다. 대사관 옥상에 꾸며진 유리 온실. 오만 전통 양식의 정원 축소판이다. 잘리콩 대표는 “오만은 무척 더운 나라로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 그래서 실내를 외부보다 더 화려하게 꾸민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안이긴 하지만 대사관 안에서만큼은 오만 궁전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만은 아라비아 반도 동남쪽에 위치한 중동의 왕정국가다. 아라비아해에 접해 있고 해안 길이만 2000여 ㎞에 달한다. 중동 해상 활동의 거점지이자 산유국이다. 우리나라와 오만은 74년 3월 수교했다. 76년 오만에 한국대사관이 들어섰고, 84년 주한 오만대사관이 설치됐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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