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철마산(해발 786m) 계곡. 주민 김현덕(55·자영업)씨가 야생버섯을 가득 담은 봉투를 들고 산에서 내려왔다. 세 시간 동안 철마산 기슭에서 채집한 것이다. 김씨는 10여 년째 야생버섯을 채취해 온 ‘꾼’이다.
취재진과 동행한 국립수목원의 한상국(38·농학) 박사가 김씨가 따온 100여 개의 야생버섯을 펼쳐 놓고 감별을 시작했다. 외대덧버섯·뽕나무버섯·노란젖버섯·노루궁뎅이버섯 등 먹을 수 있는 버섯이 대부분이었다. 갑자기 한 박사가 아찔한 표정을 지었다. 맹독성인 양파광대버섯이 발견된 것이다. 언뜻 봐선 식용버섯처럼 보이지만 복통·설사·어지럼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버섯이다. 양파광대버섯 14개 외에도 독버섯인 외대버섯 4개도 나왔다.
한 박사는 뿌리가 작은 공 모양인 게 특징인 양파광대버섯 사진과 독성에 대한 설명이 게재된 일본어판 도감을 김씨에게 펼쳐 보였다. 김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독버섯은 통상 색깔이 화려한 줄 알았는데 반드시 그런 게 아니란 건 처음 알았다”며 “갈색에다 모양까지 갓버섯과 비슷해 식용인 줄 착각해 독버섯을 땄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직접 딴 버섯을 소금물에 하루 이틀 담가뒀다가 먹어왔는데 별일 없었다”면서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12년째 버섯 분류 업무를 맡고 있는 한 박사도 두 종류의 식용버섯은 도감을 확인하고서야 식용 여부를 최종 판정했다. 그는 “식용 가능한 버섯은 320여 종, 독버섯은 90여 종으로 워낙 종류가 많은 데다 모양도 비슷한 게 많아 전문가조차 독버섯을 정확히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독버섯을 소금에 절여 먹는다고 결코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송이·능이버섯 등 손쉽게 구별 가능한 버섯을 제외한 야생버섯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국립수목원은 최근 독버섯 중독 주의보를 내렸다. 수목원 측은 야생버섯을 먹고 복통·설사 등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음식물을 토하고 먹다 남은 버섯을 들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독버섯은 각기 다른 독소물질을 지니고 있어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