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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때 '삼겹살·치킨' 잘 팔리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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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도 청평에 사는 주부 손종복(62)씨는 자녀들을 모두 결혼시킨 5년 전부터는 명절 때 차례나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래서 명절 땐 나물·전거리 같은 제수용품을 사지 않고, 대신 삼겹살이나 훈제오리를 준비한다. 손씨는 “오랜만에 볼 손주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명절 밥상에 올린다”고 말했다.

 추석 먹거리 풍경이 바뀌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3년간 설과 추석 명절 때의 제수용품과 다른 먹거리 음식 매출을 분석한 결과 삼겹살이나 초밥·치킨 같은 가족 먹거리가 제수용품 판매액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먹거리란 족발·돈가스·훈제오리처럼 차례 상엔 올라가지 않지만 평소 가족들이 많이 찾는 육류와 즉석식품 등을 말한다.

 이마트에서 2010년 설 전 3일간 338억원가량 팔렸던 제수용 음식은 점점 매출이 줄어 올 설엔 28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가족 먹거리는 2010년 설 때 325억원에서 올해 650억원으로 늘었다. 이마트는 올해 가족 먹거리 780억원어치가 팔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 신선식품 총괄 이태경 상무는 “바캉스 철에도 즉석식품과 가족 먹거리가 많이 나가지만 명절엔 그 두 배 가까이 팔린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올해 설에 차례 상에 오르지 않는 새우튀김의 매출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훈제오리는 50%가량 증가했다.

 ‘삼겹살이 가장 잘 팔리는 시기는 놀러 가서 구워먹는 여름 바캉스 때’란 공식 역시 바뀌게 됐다. 이마트가 올해 추석을 위해 준비한 삼겹살 물량은 약 150t으로 올여름 바캉스 시즌의 95t보다 60%가량 많다.

  외식 업체 또한 명절이 대목이다. 추석 당일 쉬고 다음날 문을 여는 도미노 피자는 연휴 기간 판매가 평소 주말보다 3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재료를 넉넉히 준비했다. 최근 몇 년간 명절 때면 피자 주문이 늘었다는 것이다. 명절 먹거리 문화가 바뀌고, 또 중국집 같은 곳이 문을 닫은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하고 있다.

 귀향하지 않는 1인 가정이 늘면서 수도권 편의점에서는 도시락처럼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 잘 팔린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 CU(옛 훼미리마트)의 수도권 점포 간편식 판매는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올 추석은 경기 침체 때문에 식품 선물 순위도 달라졌다. 이마트에 따르면 저렴한 2만~3만원대 김 세트가 4위에 올랐다. 전에는 한 번도 5위 안에 들지 못했던 품목이다. 1~3위는 한우·사과·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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