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28)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고모로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김경희(66·사진) 노동당 비서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2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그가 불참하면서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최고인민회의 참석자 명단에 김경희가 빠졌다”며 “대의원인 김경희가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 불참했다는 건 건강 등 신상에 중요한 문제가 생겼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회의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후계권력의 최대실세 중 하나인 최용해 총정치국장 등 노동당과 군부 고위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와 관련, 대북 소식통들은 김경희가 신병치료를 위해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27일 “김경희가 지난 주말 극소수의 수행원만 데리고 싱가포르에 도착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희가 싱가포르에 도착한 직후 남편인 장성택(66) 국방위 부위원장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 있는 자신의 측근들을 싱가포르로 보낸 정황도 드러났다고 한다. 소식통은 “김경희가 입원 중인 병원이나 구체적인 병명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중국 등 제3국에 신병치료를 위해 머물고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관계 당국은 “김경희의 싱가포르 방문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김일성과 본부인 김정숙(1949년 사망) 사이에 태어난 김경희는 모스크바대에 유학했고 여성동맹과 당 국제부에서 일했다. 알코올 중독과 심장병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는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재개하면서 함께 활발히 모습을 보였다. 최근 북한TV에는 걸을 때 보좌관의 부축을 받거나, 부쩍 야윈 모습이 종종 포착돼 그가 중병을 앓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김경희의 신병 이상설은 7월 이영호 총참모장 숙청 사태 이후 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황에서 나왔다. 당국자는 “김정일이 여동생 김경희를 가장 믿을 만한 후견인으로 지명했다는 점에서 김정일 유훈에 대한 해석권한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경희의 건강이 김정은 권력체제의 안정에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