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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안철수 캠프로 …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대항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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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27일 장하성(사진) 고려대 교수를 전격 영입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이 안 후보와 한때 가까웠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한 다음날이었다. 장 교수는 문 후보 측에서도 영입에 공을 들였던 인사였다.

 안 후보 측은 그동안 인재 영입전에서 다소 고전했다. 소장파 변호사·대학교수는 많은데, 중량감과 안정감을 주는 인사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 캠프 사무실에서 직접 나와 “정말 크나큰 원군을 얻었다”며 장 교수를 소개했다. 장 교수는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학계 인사 중 ‘중량급’이란 평가다.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은 뒤로 대기업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운동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장 교수 영입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경제 멘토로 앞세웠다가 물리면서 입었던 내상을 커버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안 후보 측은 애초 “이 전 부총리의 경제위기 극복 경험과 지혜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박선숙 캠프 총괄역)이라고 했지만 야권의 비난으로 거리를 뒀다. 장 교수의 사촌동생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최근 강연에서 “누가 이 전 부총리의 정계 진출을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기준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장 교수도 이를 인정하는 듯했다. 그는 “(이 전 부총리가) 저와는 충돌로 논쟁도 많이 했던 분이지만 그분의 경륜과 경험이 혁신에 지혜를 준다면 당연히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총괄하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대항마 성격도 지닌다. 또 중도파 후보임에도 경제 정책만큼은 좌클릭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 됐다. 문재인 후보가 윤 전 장관을 영입하면서 ‘중도통합’ 메시지를 보낸 것과는 대비된다.

 장 교수는 외교·안보·통일을 제외한 모든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총괄역’을 맡았다. 장 교수는 “새로운 혁신 모델은 경제민주화로부터 시작한다” 고 했다.

 안 후보는 캠프 참여를 희망하는 기성 정치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뜻을 밝혔다. 그는 “정치권 내에서도 여러 가지로 새로운 변화를 절감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하는 많은 분이 계신다”며 “정치를 새롭게 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과 손을 잡고 세상을 바꿀 용기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안 캠프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기성 정치권과 손잡는 데 따른 지지층의 비판을 미리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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